[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변한 것은 오직 나이 밖에 없다. 실력은 여전히 최정상이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빛났던 심석희의 이야기다.
어떤 대회에서건 최강국으로 군림했던 대한민국, 이 안에서도 심석희는 최고로 통한다.
얼굴만 보면 아직도 앳됨이 묻어난다. 하지만 신장 175㎝에서 터지는 스퍼트는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폭발력은 쇼트트랙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에 빗대 '제 2의 전이경' '제 2의 진선유'라는 별명도 붙였다.
하지만 그는 제 2의 누구도 아닌, 쇼트트랙 최강자 심석희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20대가 채 되기 전에 모든 걸 이뤘던 소녀
시작부터 남달랐다. 15세의 나이로 처음 출전했던 멜버른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 및 종합 우승,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의 꽃인 500m와 1천m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성인 무대에서도 활약상은 이어졌다. 시니어 1차 월드컵에서 3관왕에 더불어 1천m에서 1분 26초 661의 세계기록까지 세우며 혜성처럼 데뷔했다. 이러한 활약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이어져 1위를 차지했다. 그의 나이 16세의 일이다.
하지만 그의 진가가 확실히 드러난 것은 소치 올림픽이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이후 소치 올림픽 전까지 총 37개(금19·은11·동7)의 메달을 따냈다. 전체 메달 수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하지만 이 소치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공전의 부진에 빠졌다. 남자선수들이 '노메달'에 그치며 한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이 분전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 5개의 메달을 따며 최강국 체면을 살렸다.
이 5개의 메달 가운데 3개가 심석희의 것이었다. 3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1천m에서 동메달을, 1천500m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색의 메달을 전부 획득한 선수는 심석희가 최초다.
애초 에이스로 평가받았던 그는 명성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또 소치 대회 직후 열렸던 월드컵 1천m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재확인했다. 20대가 채 되기도 전에 쇼트트랙의 모든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심석희에게 등장한 동반자이자 라이벌, 최민정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라이벌이자 동반자가 생겼다. 바로 최민정이다.
2015년부터 심석희의 최강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최민정이다. 중국에서 열린 3차 월드컵 1천m에서는 서로 메달을 놓치는 등 절치부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라이벌이라 부르기에는 심석희의 위치가 너무나 높았다.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것은 2015 월드컵에서부터였다. 최민정이 1·2차 월드컵 합계 500m 1천m 1천500m에서 금메달을 한 개씩 따내며 같은 기간 두 개의 금메달에 그친 심석희를 제쳤다.
2016년 서울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도 최민정이 앞섰다. 1천m와 3천m 계주에서 금메달을, 1천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대회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것이다. 심석희는 계주에서 금메달을 1개 따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둘은 점점 라이벌에서 평창을 향한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로가 서로의 성적에 자극 받아 성장하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심석희는 어린 나이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원래 좋았던 스피드와 파워는 더욱 좋아졌고 경기 운영면에선 완숙미까지 쌓였다. 이 덕분에 2017 로테르담 3천m에서는 5분 12초 382의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고 1천500m에서도 0.55초의 차이로 아쉽게 3위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했다.
최민정 또한 지난 4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32회 쇼트트랙 종합선수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대회 4관왕(500m·1000m·1500m·1500m 파이널)에 오르며 종합 1위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라이벌과 동반자를 오갔다. 최민정이 1500m에서 금을 따자 심석희가 은메달을 땄고 반대로 심석희가 1천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최민정은 은메달로 사이좋게 메달을 나눠가졌다. 여기에 3천m 계주에서는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마치 축구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있다면 한국 여자 쇼트트랙계엔 심석희와 최민정이 존재하는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호날두와 메시는 늘 우열론에 휩싸이지만 둘은 우열을 가릴 수도, 가릴 필요도 없다. 한국 팬들은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두 쇼트트랙 여제들이 평창에서 휘날릴 태극기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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