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많은 이야기를 듣고 출전을 결정했죠."
최순호(55)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옌볜 푸더(중국)에서 완전 이적으로 영입한 김승대(26)를 두고 경기 당일 오전까지 고민했다. 과거 김승대와 같이 뛰었던 포항 선수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하며 믿음을 갖고 있었지만 단 이틀의 훈련으로 팀에 섞이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김승대는 교체 명단에 있었다. 고민하던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승대를 넣었다. 전광판에 김승대가 교체 투입된다는 알림이 나오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포항 관계자는 "근래 들어 가장 큰 환호다. 승대가 그야말로 '큰 선수'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감독은 김승대를 원톱 양동현 아래 배치했다. 초반 5분 정도를 둔탁하게 뛰던 김승대는 이내 안정을 찾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과 패스로 수원 수비를 흔들었다.
1-3으로 지고 있던 후반 34분 룰리냐의 만회골 과정이 그랬다. 측면에서 강상우가 파고들어 양동현에게 볼이 연결하자 바로 앞에 있던 김승대는 앞으로 뛰어 나가는 동작을 취하며 수비수 매튜 저먼을 묶어뒀다. 양동현의 볼을 다시 받은 강상우가 슈팅했고 오른 골대 하단에 맞고 나온 것을 룰리냐가 뛰어가 골을 터뜨렸다. 김승대가 동작 하나로 수비를 애매하게 만들며 룰리냐가 슈팅하는 공간을 만든, 골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한 셈이다.
김승대의 기량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던 최 감독이다. 그는 "뛰는 것을 보니까 기본 이상을 한다. 오히려 룰리냐가 보고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예를 들어 룰리냐가 직선적으로 뛰는 거리가 한 뼘이라면 김승대는 세 뼘 정도는 된다. 그만큼 넓게 뛰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다"고 전했다.
고민은 이어진다.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가 퇴장 징계에서 복귀하면 김승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최 감독은 "일단 체력은 문제가 없다. 관건은 내가 만든 틀에 김승대가 들어오느냐다. 축구 지능이 좋아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수비다. 수비만 조금 더 튼튼하면 승리를 잡기에 충분한데 계속 실점이 이어지고 있는 것, 최 감독은 "어디 영입 가능한 수비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김기동 코치에게 '홍정호를 영입할까' 했더니 놀래더라. 그만큼 수비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팀에서도 후보 선수들을 내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고 속 타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수비의 아쉬움은 공격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양동현도 골을 잘 넣어주고 있고 김승대도 왔으니 더 노력해야겠다. 포항 선수들은 기본적인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잘되리라 본다"고 희망 찬가를 불렀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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