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요? 그런 이야기는 (차)우찬에겐 뒤집어지는 이야기 아닐까요"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28일 열릴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앞두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연이어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차우찬의 투구에 한껏 만족하고 있는 눈치였다.
양상문 감독은 "차우찬이 무척 잘해주고 있다"고 운을 떼며 "로테이션을 안 거르고 잘 지켜주고 있다. 우리로선 참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중요한 건 다음 대목이었다.
양 감독은 "원래 남의 선수가 더 잘해보이고 (영입해서) 실질적으로 같이 있어보면 단점이 더 많이 보이기 마련"이라면서도 "우찬이는 그렇지 않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데 그런 이야기가 우찬이 앞에선 '뒤집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11시즌 동안 뛰며 어떤 팀이라도 군침을 흘릴 정도의 성적을 남겼다. 11시즌 동안 353경기에 등판해 70승 48패 1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큰 부상없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는 점에서 더욱 고평가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4년 총액 95억원에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후에도 이런 활약이 이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17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EFA) 2.84의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만약 2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간다면 2010년 2.14를 기록한 이후 6년만에 커리어 통산 두 번째 2점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양 감독은 좋아진 부분에 대해 차우찬의 '적응력'을 꼽았다. 그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졌다. 그걸 코치나 나도 강조하고 있다"면서 "넓은 잠실에 잘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기록상으로는 잠실보다 원정에서의 기록이 더 낫다. 잠실에선 ERA 3.20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 구장에선 이보다 낫다. 과거 '안방'이었던 대구에선 두 경기 동안 ERA 0.55를 기록했다. 잠실보다 높은 ERA를 기록한 구장은 인천 행복드림구장(6.35)과 마산야구장(4.50) 뿐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올 시즌 기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홈구장을 어떻게 쓰느냐의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나온다"고 했다.
기록에서도 엿보인다. 차우찬의 잠실 ERA는 3.20이지만 피안타율은 2할5푼8리다. 올 시즌 경험한 7개 구장 가운데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나쁜 기록은 아니다. 9번 등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낮은 수치다.
이날 차우찬은 5이닝 동안 공 100개를 던져 8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노디시전이 돼 8승 도전은 다음으로 미뤘다. 팀은 8회말 역전 결승타를 내주며 패하는 등 아쉬운 결말이 됐다.
그러나 내용만 놓고 보면 양상문 감독의 칭찬이 아깝지 않았다. '남의 떡'에서 '자기 떡'이 됐지만 차우찬의 위상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조이뉴스24 대전=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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