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7천만원을 들여 보수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신태용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9차전 이란전을 치렀다.
경기를 앞두고 신 감독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경기장 잔디 상태가 생각처럼 좋지 않았던 것,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는 곳곳이 패여 있었다.
경기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은 7천만원의 예산을 들어 긴급 보수에 나섰다. 대관 행사를 자주 유치하는 공단이지만 중대사를 앞두고 집중 보수를 통해 최대한 잔디를 고르게 했다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뚜껑을 연 잔디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수비 과정에서 불안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백패스 연결 과정에서 볼의 속도가 줄어들어 이란의 압박에 볼을 뺏길 위험이 커졌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그랬다. 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축구화 스터드가 잔디에 걸리면서 넘어졌다. 동료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 현대)에게 패스를 하다가 볼이 통통 튀면서 속도가 떨어지는 등 제어가 쉽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최철순(전북 현대)도 마찬가지, 전반 18분 레자 구차네자드의 볼을 막는 과정에서 잔디에 걸려 넘어졌다. 볼을 뺏겼다면 그야말로 위기가 올 수 있었다.
최철순은 40분 상대의 침투를 몸싸움으로 막다가 역시 잔디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경고를 들었다. 이날 경고를 받으면 우즈베키스탄전 출전이 불가능했돈 상황이라 잔디 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공격도 마찬가지, 이미 그라운드 곳곳이 패여 있던 상황에서 볼이 뜨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신 감독이 원하는 패싱 축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던 이란은 우리 공격수들이 넘어지면 편하게 볼을 처리했다.
하프타임때는 긴급 복구 요원들이 패인 잔디를 밟다가 시간을 보냈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돌파가 좋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드리블도 쉽게 끊겼다. 볼이 다리에 엉기면서 전환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격의 맥이 알아서 끊긴 셈이다.
상대적으로 이란은 유연하게 볼을 제어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체제에서 햇수로 7년이고 수비 중심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역습을 노렸기 때문에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짧은 패스가 많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후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라운드는 누더기가 됐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더 악화됐다. 전방에서 볼을 잡으려다 미끄러져 이란이 편하게 볼을 소유했다. 한국이 원정 팀처럼 뛰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승패 여부와 관계 없이 국내 최고의 경기장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판이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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