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신중했다.
힐만 감독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리그 최종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올 시즌 내내 그랬지만 이날도 역시 신중했다. 그는 "마산에 갈지, 부산에 갈지 나는 잘 모르겠다. 롯데가 기세가 좋긴 하지만 야구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어떤 팀을 더 선호하느냐'에 대한 답도 대동소이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며칠 더 남았다.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SK는 만약 와일드카드를 돌파하게 된다면 그 어떤 팀보다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선수단 운용에 있어서도 '묘책'이 필요하다. 힐만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분명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강구책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운영책에 대해 묻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수들과 이 경기가 끝나면 미팅을 해야한다. 방법에 대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운영 방법이나 등록 선수에 대해 말하기 전에 선수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을 만나기 직전 만난 김태형 감독과는 사뭇 다른 자세였다. 김 감독은 시원시원했다. 그는 "투수보다는 야수를 1~2명 더 투입할 생각"이라면서 "단기전에 투수는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포스트시즌 운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힐만 감독은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두 팀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 패하며 우승은 놓쳤지만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최소 2주 가량을 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선수단에 대한 변화를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김태형 감독이 말한 운용법에 대한 '큰 틀'은 시원시원했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화법이기도 하다.
반면 힐만 감독은 이날 경기 종료 후 단 하루의 시간만이 주어진다. 어떤 상대가 올라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길고 긴 포스트시즌에 대한 운영책을 말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쩌면 신중한 것이 당연한 것이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신중한 태도 속에서 보여준 힐만 감독의 선수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언론에 이야기하기 전에 선수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이 이야기를 부연했다. 선수를 향한 강한 신뢰가 느껴지는 대목이이었다.
와일드카드 1차전에 선발로 나설 메릴 켈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와일드카드에서 만날 상대에 대해 말할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두루뭉실하게 말하면서도 "우리는 1차전에 켈리를 내보낼 것이다. 켈리는 어떤 팀을 만나도 잘 던질 수 있다. 그가 좋은 피칭을 해준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에 대한 믿음이 듬뿍 담겼다. 선수단 전체에 대한 신뢰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시즌 중간에 역경이 많았는데 잘 해나가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로 큰 가치를 가진다"고도 했다. 결국 이날 경기서 3-2로 승리까지 거두며 리그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도 성공했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선수들만의 공은 아니다. 신중함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준 힐만의 지도력도 충분히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그리고 그것이 KBO리그 데뷔 첫 해에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구심점일지도 모른다.
조이뉴스24 잠실=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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