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지난 5월 타계한 부산국제영화제 故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시작을 함께 일구고, 이후 한시도 영화제를 떠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누구보다 사랑한 영화인이었던 그는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았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고인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당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인과 칸을 함께 찾았던 한국영화인들과 취재진, 그리고 고인을 영화적 동지이자 은인으로 여겨 온 세계 영화인들은 영화와 사람을 향해 변함 없는 애정을 보여 온 그와의 이별에 참담함을 드러냈었다.
올해 열리고 있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故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부재 속 처음으로 치러진 행사였다. 허전함이 큰 가운데 그를 기리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영화제 개막식 본식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프 테레히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은 "이 한국영화 공로상을 내게 한국영화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해준 故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개막식 본식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 역시 진행됐다.
이날 영화제 첫 공식 상영으로 진행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시사에서는 상영에 앞서 김 프로그래머를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은 메시지가 잠시 스크린을 채웠다. '인 러빙 메모리 오브 김지석(In Loving Memory of KIMJiseok)'이라는 글귀가 영화 상영에 앞서 침묵 속 관객들을 찾았다.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작품들의 시작에 이 문구가 함께 했다.
지난 13일 열린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심사를 맡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고인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김지석은 정말 훌륭한 비전이 있는 프로그래머였다"며 "아시아 영화 성장에 대한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고, 친절했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해준 사람이었다"고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 "모두를 형제 자매처럼 대했고 정말 겸손했던, 모든 영화인들에게 매우 특별한 분이라 생각한다"며 "김지석은 영화제의 심장과 같은 분이라고, 영화제의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영화제는 고인을 기억하는 '김지석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인에 대한 보관문화훈장 전수식도 함께 이뤄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유족에게 훈장을 전수했다.
보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이다. 지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창설을 주도했던 고인은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 수석프로그래머, 부집행위원장으로 활약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시키는데 공헌했다. 이 업적을 인정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26일 추서를 결정한 바 있다.
생전 고인과 오랜 우정을 이어 왔던 아시아 영화인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김지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나눴다.
한편 올해 영화제는 그를 기리는 의미의 '지석상'을 신설하고 생전 고인이 준비해 온 아시아독립영화인 네트워크 '플랫폼부산'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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