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한국 여자축구는 올해 큰 고비를 넘겼다. 지나 4월 평양에서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인도, 북한, 홍콩, 우즈베키스탄과 풀리그를 치러 3승 1무를 거뒀고 난적 북한에 골득실에서 앞서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본선에서 8개 팀 중 5위 안에만 들면 2019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북한에 패했거나 골득실에서 밀렸다면 월드컵 진출 희망이 사라져 오랜 암흑기가 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성과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9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인 15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WK리그의 강팀이었던 이천 대교가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24년 명문으로 여자 국가대표를 많이 배출했던 한양여대도 해체의 길을 걷는 등 저변은 무너지고 있다. 성인 대표팀 연결 고리인 19세 이하(U-19) 대표팀은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호주와 일본에 패하며 1승 2패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 20세 이하(U-20)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반짝 관심을 받는 여자축구는 여전히 위기다. 창간 13주년을 맞아 '조이뉴스24'는 한국 여자축구를 위기에서 구한 윤덕여(56)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①편에 이어서…>
윤덕여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었다. 지도자도 포항, 경남FC, 대전 시티즌,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를 거쳤다. 여자대표팀과는 2012년 12월 인연을 맺었고 지난 8월 2년 재계약을 맺었다. 남자 축구만 파던 그에게는 여자 축구 전문 지도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섬세한 선수들을 지도하며 질책보다는 따스함으로 포용하는 지도 방식을 몸에 익혔다.
2015 캐나다 여자 아시안컵 16강 진출로 윤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당장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2018 요르단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간다면 더 큰 꿈을…
"다들 그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아시안컵에서 5위 안에만 들면 월드컵 본선에 가니까 아시안컵 성적보다는 월드컵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16강에 갔으니 이번에는 8강은 가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으로 전망하더라고요."
전망이야 늘 장밋빛이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을 꺾었다고는 하지만 개최국 요르단과 전 대회 우승국 일본이 1번 시드다. 호주가 전 대회 준우승, 중국이 3위였으니 2번 시드, 한국이 3번 시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두 개조로 나뉜다고 해도 일본, 중국 등과 묶이면 정말 쉽지 않을지 모른다. 윤 감독도 충분히 알고 있다.
"2015년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을 어렵게 이기고 16강에 갔다. 2019 월드컵 성적에 대한 관심이 아시안컵보다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아시안컵을 통과한다고 보는 분위기인데 나 역시도 일단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월드컵에 가서 큰 경험을 하면 한국 축구 수준도 올라가지 않을까. 성적이라는 것이 목표를 크게 가지면 좋겠지만 우리 현실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저변이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세대들이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축구를 관두거나 부상으로 더 좋은 선수로 올라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의 뒤를 이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잦은 부상을 당했던 여민지(구미 스포츠토토)가 대표적이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그랬지만 2010년 U-17 월드컵 세대가 성장해주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이제는 2015 월드컵 16강 세대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더 큰마음을 먹고 뛰었으면 하더라. 제2의 지소연이 나와서 여자 축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대표팀이 선수를 육성하는 곳은 아니다. 일선 지도자들이 정말 힘들 것이다. 축구를 시키려는 학부모는 많지 않을 텐데 정말 잘 견디며 육성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다소 더딘 성장은 세계 최강 미국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확인했다. 첫 번째 평가전에서도 지소연이 있어 그나마 중원 싸움이 가능했다. 두 번째 평가전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빠진 뒤 이민아(현대제철) 홀로 버텼지만, 힘이 부쳤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지소연의 경우 동아시안컵이 공식 A매치 기간이 아니니 선발이 어렵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로 진출한 전가을의 경우 차출을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험이 커졌으면 한다. 국내 WK리그 경기력과 국제 경기는 다르기 때문이다. 더 노력해서 잘하고 싶다."
윤 감독은 이천 대교가 해체를 앞두는 등 인프라가 점점 더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장 대교 소속 선수들이 어디에서 뛸지 걱정이 들지만, 지소연, 전가을처럼 해외 리그 도전으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시험하는 것도 한 번 정도는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선수 생활을 유지 못 해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도자, 선수 모두 도전해야
"이번에 싸웠던 미국 대표팀 감독도 여성이었고 독일, 스웨덴 등 다수 국가의 감독도 모두 여성이었다. 국내의 현실에서는 여성 지도자가 WK리그 이미연(보은 상무) 감독이 유일하다.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팀 수가 많지 않지만, 선수들도, 지도자들도 (해외 리그 등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축구만 바라보며 오다가 관두면 갈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으면 한다. 해외 리그 진출 여건도 된다면 꼭 해봤으면 한다."
윤 감독은 남자대표팀 걱정도 잊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구조상 남자대표팀이 잘해야 전체 축구판의 분위기가 산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여자대표팀의 A매치 유치도 남자대표팀을 통한 수익이나 마케팅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남자대표팀이 11월 A매치에서 정말 분위기를 바꿨으면 좋겠다. 여자대표팀이 상대적으로 격려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반짝 관심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남자대표팀이 활력을 찾아서 여자대표팀에도 힘을 줬으면 한다."
여자대표팀의 뜨거운 한 해는 아직 진행 중이다.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마무리로 내년을 준비하고 싶은 것이 윤 감독의 마음이다.
"팬들은 여자축구의 인프라를 떠나서 무조건 이겨달라는 의식이 강하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갈수록 여자 축구에 입문하는 선수는 적다. WK리그와 대학 포함해서 200여명의 선수 중에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보겠다. 그래서 여자축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한다."
<끝>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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