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대담② "내년엔 K리그·ACL 더블 도전"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신흥 강호 전북 현대는 2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에서 3-0으로 승리하며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09, 2011, 2014, 2015, 2017년 우승 모두 최강희(58) 감독 체제에서 해낸 결과물입니다.

우승과 함께 단일팀 통산 200승 감독 반열에도 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8일 제주 원정 경기였네요. 2005년 7월 부임 후 잠시 A대표팀 수장으로 1년을 보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업적입니다. 김정남(210승), 김호(207승) 감독의 기록은 내년에 깨지지 않을까 싶네요. 11월 1일 창간 13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연예 인터넷 신문 '조이뉴스24'는 지난 26일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전북에서 보낸 세월과 향후 계획에 대해 차분하게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①편에 이어서…>

전북 현대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맛을 제대로 본 팀 중 하나다. 2006년 최강희 감독의 2년 차에 '역전의 명수'로 떠오르며 덥석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홈 결승전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6년 두 번째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최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올해 전북은 ACL 출전이 좌절됐다. 지난해 터진 심판 매수 파문으로 징계를 받았다. 전북이 없는 ACL에서 K리그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거액 투자와 일본 J리그의 튼실한 시스템에 태국, 베트남 팀들의 성장은 무섭다.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김보경(가시와 레이솔)이 일본 J리그로 떠나는 등 출혈도 있었다.

◆"더 투자해서 축구의 질을 높이고 싶은데…."

그렇다면 전북의 내년 ACL 목표는 어떨까. 흥미로운 것은 K리그 5회 우승과 ACL 2회 우승을 하고도 두 대회 동반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전북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탐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구단이 ACL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에 맞춰서 선수단을 개편하고 ACL 성적을 어느 정도 낼 것인지 세우면 된다. 클래식 성적이 어떤지도 설정해야 한다. 전북이 정말 큰돈을 썼는가? 전북이 왜 시기 질투 대상이 될까. (K리그의 투자 위축이 이어질수록) 더 투자해서 경쟁하고 축구의 질을 높이고 ACL에서 K리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도자가 선수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예로 들면 나와 영입 선수 다수가 겹쳤다. 정말 열심히 영입하더라. 그렇게 3년을 만드니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부럽더라"

최 감독 특유의 선수 욕심과 원숙한 협상 기술은 구단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졌다. 클럽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전북의 숙원 사업이었던 클럽하우스는 2005년 FA컵, 2006년 ACL 우승이 초석이 된 뒤 2009, 2011년 우승의 힘으로 2013년에 개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4, 2015, 2017년 K리그 클래식, 2016년 ACL 우승 성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구단에 선수 영입해달라, 클럽하우스 지어달라 요구만 했다. 구단에서는 감독시켜놓았는데 영입해달라고만 하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만날 지는데 뭘 해달라고 그러니 말이다. 봉동 현대자동차 사원 숙소에서 지내면서 (운동장 부지 근처에) 슬레이트 지붕만이라도 세워달라고 했다. 나가서 식당만이라도 있게 해달라, 컨테이너에서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식사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징징거렸다. 그게 오늘의 클럽하우스가 됐다."

'최씨 고집'은 선수단 환경 여건 개선에 더 눈을 뜨는 결과로 이어졌다. 훈련을 제대로 해야 우승도 가능하다는 것이 최 감독의 소신이자 생각이었다. 처음 전북에 와서 선수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서 새파랗게 놀랐다는 것은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프로 구단이지 않나. 기본 인프라는 갖춰야 했다. 훈련장 나와서 개인 훈련하고 부분 전술도 하고 해야지 매번 사원 숙소에서 버스 타고 운동하고 참 어려웠다. 그 숙소에서 두 번 우승했다. 새벽 1시에 술 취해서 노래 부르고 오토바이 오가는데 말이다. 여름에 더워서 문을 조금 열고 자면 시끄럽고, 에어컨을 켜면 방이 좁으니 아침에 머리가 아프고 그러니 선수들이 잠이나 잘 자고 있을까 걱정되더라. 그래서 분위기와 훈련을 좋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가 있는 팀에서 생활하다 이적해 온 선수들이 와서 말없이 적응하는 것 보면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더라."

애정과 헌신으로 정상급 전북을 완성한 최 감독에게는 수년간 중국 슈퍼리그의 영입 제안설이 계속됐다. 몇몇 구단이 최 감독에게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최 감독은 어떨까.

"어떤 기사를 보니 중국 중·하위 팀에서 제안이 왔었다고 하는 데 아니다. 장쑤 쑤닝, 상하이 상강, 베이징 궈안이었다. 베이징의 경우 내게 쓸 수 있는 돈이 300만 달러(한화 33억원)라고 계약서에 명시해 보내더라. 그래도 아니라고 거절했다. (작년이나 올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았다. (2년전) 장쑤가 제안이 왔을 당시 조금 흔들렸다. 대전 유성에서 장쑤 부회장이 왔더라. 회장에게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고 왔는데 놀랍게도 K리그와 일본 J리그 감독 연봉 조사를 다 하고 와서 나를 압박하더라. 3년 반 계약을 하겠다며 며칠 안에 답을 달라고 하는데 다음날 바로 안 된다고 했다."

◆'전북과 12년째' 최 감독의 운명과 비전

전북에서 어느새 12년을 보내고 있는 최 감독이다. 'K리그의 알렉스 퍼거슨'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 최 감독은 자신이 물러나는 시점에 대해 후배 지도자에게 좋은 모양새를 갖춰 인수인계하는 것이 좋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최 감독의 생각도 복잡해졌다.

"나와 전북의 운명이 12년째인데 모진 것 같다. 200승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지만, 전북은 다르다. 팀이 안정되고 좋은 지도자가 이어져서 늘 정상권 팀으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 2006년 중학생이었던 팬이 지금은 결혼해서 경기장에 온다. 2009년 우승 이후로는 팬도 있었지만, 과거 구단의 고생을 알고 있는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 참 묘하다. 이들이 과거 종합경기장 시절 1년에 3승 했었다며 지금은 어떤 결과를 내도 좋다는 눈물겨운 말을 들으면 이 팀을 못 떠난다."

최 감독은 지난해 2020년까지 5년 장기 계약을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봉동 이장'의 역할은 계속된다. K리그의 명장을 중국이나 일본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는 전북에서 어떤 지도자로 남고 싶을까.

"지난해 우승을 하면 더는 이룰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도자나 구단, 선수, 팬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겠더라. ACL도 다시 도전해야 한다. 2011년에 알 사드를 꺾고 우승했으면 지난해 (김)신욱이를 영입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합류 후 군사훈련으로 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에서 우려하면 '그냥 두시라'고 했다. 그래서 결정적인 경기에서 골도 넣고 그렇지 않았는가. 지도자는 끊임없이 선수 욕심을 내야 한다. 누가 와도 '전북화', 전북의 분위기에 녹는다."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의지가 있다는 최 감독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자신을 일깨워줬다며 반성(?)했다.

"올해는 나도 흔들리고 여러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ACL 출전 불발로 박탈감이 있었을텐데 자신들의 힘으로 버티고 이겨주고 연패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고맙더라. 내가 화를 낸 기억이 없다. 선수층이 좋으면 밖에서는 좋아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불화가 더 많다. 불만이 있다면 뒤에서 말하지 말고 앞에서 말하라고 했다. 요즘에는 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ACL 우승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쉬어가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4, 5월이 되니 선수들이 욕심내더라. 그래서 전북에 있는 동안은 그런(쉬어가는 등의)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더라."

그래서 최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항상 엇갈리는 K리그와 ACL 동반 우승이 재임 중 가능하냐고. 일단 최 감독은 수도권 팀이 아니라 해외를 오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3년 A대표팀에서 복귀한 뒤 2011년 리그 우승, ACL 준우승 멤버를 보니 정말 좋았다. 2011년 당시에는 불만이 있었는데 선발진에다 로브렉, 김동찬, 이승현, 정성훈 등 조커들이 특색있었다. 김동찬의 경우 조커인데 13골을 넣었다. 지난해에도 김신욱 높이를 막으면 양쪽 레오나르도 로페즈의 스피드가 있고 중앙에 이재성, 김보경이 주고받고 이동국이 건재하니 4-1-4-1 조합이 좋더라. 그런 조합이 좋아야 리그, ACL 동반 우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시점에서는 어렵다. 일-수-토 순서 경기가 있다고 치자. 수요일 ACL이 일본에서 있는 데 가더라도 월요일에 전주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야 한다. 전날 저녁에 인천에서 1박을 하고 월요일 오전 비행기로 가는 계획으로 바꿨더니 겨우 이기고 온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올라가 1박을 하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야 월요일 오후에 현지에서 운동이라도 해서 몸이라도 만든다."

물론 팬들의 열망을 모르지 않는 최 감독이다. 그래서 확실하게 도장을 찍기로 조이뉴스24와 약속했다.

"우승을 하려면 9월 이후 조직력이 올라와야 한다. 팬들은 FA컵 우승도 해야 한다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클럽하우스 근처 군산공항에서) 전세기나 전용기만 타고 가면 괜찮으려나. 아무튼 앞으로 훨씬 더 강력한 팀을 만들겠다. 그동안 못해봤던 K리그, ACL 동반 우승을 하는 팀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