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풍부한 경력의 토니 그란데(70)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50) 피지컬 코치의 합류 자체만으로도 축구대표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무게감이 실리는 느낌이었고 단순 피로 회복이었어도 선수들의 움직임도 진중했다.
축구대표팀은 전날인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 모였다. 지난 3일 입국한 그란데, 미나뇨 코치까지 합류해 코치진이 완성됐다. 선수단은 팀 사정과 항공 일정으로 빠진 권경원(톈진 취안젠), 권창훈(디종FCO)을 제외한 21명이 모여 피로 회복에 집중했다.
유럽파 일부는 간단한 런닝 후 숙소로 먼저 복귀했다. 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라 자칫 근육 경직 우려가 있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대표팀에 머물고 있는 수원 호텔로 향했다.
이날 신태용(47) 감독이나 선수들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그란데, 미냐노 두 코치였다. 그란데 코치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 출신으로 1989년 레알 C팀 감독으로 지도자로 입문했다. 1996~2003년 레알 수석 코치로 명장 파비오 카펠로, 토샥, 거스 히딩크, 델 보스케 감독과 호흡했다.
2008~2016년에는 스페인 대표팀 수석코치로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 조력자 역할을 맡았다. 그야말로 거물 코치다.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이재홍(34) 코치와 호흡을 맞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이상 스페인), 베식타스(터키) 코치를 거쳐 2008~2016년 역시 그란데 코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호흡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P급 지도자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그란데 코치는 잔디 상태부터 점검했다. 두 면으로 이뤄진 훈련장의 잔디는 물론 조명탑 등을 모두 확인하는 꼼꼼함을 보여줬다. 이후 신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은 지난 2015년 11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미얀마전을 앞두고 잔디 평탄화 작업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뭇매를 맞았다.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중심 도시가 되면서 훈련장 개선을 했고 좋은 상태로 신태용호를 만나게 됐다.
선수들의 훈련도 물끄러미 바라봤다. 특별한 것이 없는 회복 훈련이었지만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전에는 기본 런닝을 한 뒤 가벼운 볼 다루기를 하고 끝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런닝 방향을 계속 바꿔갔고 볼 다루기의 강도도 빠르고 힘이 있었다. 차두리 코치 입에서 "발밑으로 보내"라며 정확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보던 그란데 코치와 신 감독과 대화가 눈에 띄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란데, 미냐노 코치는 입국 후 한국 축구 영상을 많이 봤다. 이후 이날 훈련 전인 오후 3시부터 4시 40분까지 약 1시간 40분 동안 신 감독과의 미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선수단과는 훈련장 출발 전 20분 동안 상견례를 가졌다.
신 감독은 "경험이 많은 분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다. 귀를 열고 도움을 얻겠다"며 "그란데 코치가 한국 축구는 너무 순하게 한다고 하더라. 이제는 순한 축구가 아닌, 거칠게 밀고 나가겠다"며 기조 전환을 예고했다.
단 며칠 만에 한국 축구의 약점을 파악한 그란데 코치다. 지난 10월 러시아, 모로코 평가전에서 한국은 패스 중심의 축구에 집중하다 상대의 피지컬과 기술에 무너지며 패한 바 있다.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 대표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다.
미냐노 코치도 이재홍 코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변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늦게 빠져나가며 선수들의 행동을 하나씩 살폈다.
대표팀 관계자는 "최대한 한국 경기 영상을 많이 보기를 원하고 있다. 많은 경기를 확인해 한국 축구의 장·단점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험이 많으니 코칭스태프와 자유롭게 토론하며 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