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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딜레마' 이정협, 손흥민 살리기 중책


스스로도 골 결정력 보여줘야 하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 해내야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의 입에서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희생'이다.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인 2014년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 처음 선을 보인 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 등장했다. 무명의 공격수가 무엇을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골이다.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팀이 산다는 것을 누구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두고 "전방에서 희생하며 많이 뛰어준다"는 이유로 선발했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기회가 생기면 골도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묘하게도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3번째 경기에서 골맛을 봤다. 넘어지면서 골을 넣었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도 세트피스에서 골을 터뜨렸다. 전방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 수비를 지치게 만드는 활동량이 효과를 봤다.

스스로 역할을 축소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당시 좌우에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남태희(알두하일) 등 빠르고 기술력 좋으며 골 결정력도 있는 윙어들이 가득했다. 이정협은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며 '수비형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자임했다.

과거 골을 몰아치는 공격수를 기대하고 있는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아쉬운 활약이다. 올 3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시리아전이 마지막이었고 이후 더는 호출되지 않았다. 부상도 있었지만 다른 최전방 공격수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8개월 만에 다시 부름을 받은 이정협의 역할은 이번에도 희생이다. 함께 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손흥민을 위한 희생이다.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과 투톱으로 뛰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손톱(TOP)' 활용이다.

신태용 감독은 아직 최전방 배치에 대해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설 것인지 또는 이정협, 이근호와 투톱으로 나설 것인지는 물음표다. 오직 신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다.

손흥민의 투톱은 골 감각이 있으면서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볼을 연결하는 공격수가 있어야 빛났다. 해리 케인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188㎝의 장신이면서도 상대 수비수 사이로 볼을 빼내 돌파하는 움직임은 일품이다.

186㎝의 신장만 놓고 본다면 이정협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올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 출신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9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수원 삼성과의 FA컵 4강전에서도 순간 공간 침투로 골을 넣는 등 과거보다 좀 더 진화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만 딜레마는 있다. 한국 축구는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 활용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완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을 다시 측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중앙에는 확실한 공격수 한 명이 필요한데 이정협이 희생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대표 출신 한 K리그 감독은 "손흥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의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중앙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수비와 소위 '비비기'를 해서 얻은 결과가 많다. 상대 수비를 유인해 앞이나 뒤에 공간을 만들면 손흥민이 파고 들어가 골을 만든다는 뜻이다. 어차피 신 감독이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정협이 전방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격 전체가 산다. 물론 골 기회가 온다면 해결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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