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한국과 일본은 분명 '가장 좋은 투수'를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좋음'을 보는 시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은 16일 일본 도쿄에 있는 도쿄돔에서 2017 ENEOS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개막전을 치른다. 대회의 개막전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란 숙명의 라이벌이 맞붙는다는 점에서도 양국 국민들의 이목을 끈다.
이날 한일 양국이 내건 선발은 장현식(NC 다이노스)과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 도요 카프). 표면적으로 보면 야부타가 우위에 서있다. 두 선수의 시즌 성적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 야부타는 올 시즌 센트럴리그에서 15승 3패 평균자책점 2.58를 기록했다. 최다승에 단 1승이 모자란 수였지만 평균자책점은 리그 수위였다. 83.3%의 승률도 리그 최고 기록이다.
장현식도 물론 좋은 투수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31경기에 나서 9승 9패 5.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빠른 속구를 자신감있게 뿌리는 모습이 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 감독은 "자신의 공을 던지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표에서는 야부타에 비해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 보다 세밀하게 말하면 선동열 감독과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의 선발투수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나타난다.
장현식의 선발 기용은 철저히 '현재 시점'에 맞춰져 이뤄졌다. 선동열 한국 감독은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다"는 말로 그의 몸상태를 설명했다. "슬라이드 스텝이 가장 빠른 선수라 일본의 기동력을 잘 막을 수 있을 것"과 "페넌트레이스에서 풀 시즌을 소화하며 자신의 볼을 던지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 일본전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 시점의 장현식은 분명 뛰어난 선수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야부타는 일찌감치 한국전 선발 등판이 내정됐다. 일본 '데일리스포츠'에서 일본 대표팀을 담당하고 있는 나카타 야스히로 기자는 "이미 2주 전부터 야부타의 한국전 선발 등판이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대항마도 있었다. 나카다 기자에 따르면 이나바 감독은 올 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투입을 고민하기도 했다. 선 감독도 지난 12일 경찰과 연습 경기에 앞서 "1+1 전략을 쓴다면 이마나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나바 감독은 야부타에게 선발 등판 일정을 미리 일러뒀다. 그러면서 한일전이 열리는 16일까지 선발로서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을 줬다.
선발을 놓고 다툰 이마나가가 지난 4일 2017 NPB 재팬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등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야부타가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이 이마나가보다 더 많았던 것과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남긴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일전 선발과 연결됐다는 일본 기자들의 분석이다.
지난 12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열린 닛폰햄 파이터즈와 경기에서 야부타가 2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음에도 이나바 감독은 한일전 선발의 중책을 그에게 맡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이해가 된다.
한국과는 미묘하게 온도차이가 있는 선발 기용이다.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투수를 일본전에 등판시키기로 한 반면, 이나바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좋았던 투수에게 한일전까지의 컨디션 조절 시간을 부여하면서까지 내세우기로 했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지를 찾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장현식 등판은 선 감독의 설명처럼 일본의 기동력을 저지하기 위한 '맞춤' 선발로도 읽힌다. 두 나라에 대한 승부욕은 상대편 모두 불타오른다. 그럼에도 선발 기용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시각차이는 꽤 흥미롭다. '플레이볼'이 기다려진다.
조이뉴스24 도쿄(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