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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미옥'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인터뷰)


"현정의 욕망은 '버리는 것' 또는 '떠나는 것'"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포스터가 보여주듯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 제작 ㈜영화사 소중한)은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현정이 극의 중심에 있을 거라고 예상된 작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정과 그를 둘러싼 관계의 이야기가 느와르 장르에 함께 버무려질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옥'은 현정이 아닌 상훈(이선균 분)의 사랑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가 받는다. 제목을 '미옥'이 아닌 '상훈'으로 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영화에서는 현정의 여러 욕망 중 유독 모성애만 부각됐다. 결국 '미옥'은 여성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도 비판받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미옥'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김혜수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에 대한 아쉬운 분위기 속에서 김혜수는 '미옥'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혜수는 우리나라 '여성 원톱'으로 불리는 배우 중 한 명. 김혜수가 여성 느와르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됐다.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와르 요소가 있었다. 그 중심에 여성이 있다는 게 반가웠다. 하지만 '여성 느와르'라는 걸 의식하고 했던 건 아니었다.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소개되면서 그런 말들이 나와 부담이 확 됐다"고 고백했다.

'미옥'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었을까. 김혜수는 "관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는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관계 밀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영화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혜수는 밝혔다.

"느와르 장르에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어긋나고 결국 파국에 이르는 배신, 복수, 음모 등의 이야기가 있어요. 감정을 분출하지 않지만 묵직하고 씁쓸하게 여운이 남는 게 참 좋아요. 영화 시나리오에서도 그런 게 느껴졌어요. 극 중 인물들의 욕망이 어긋나고 충돌했죠. 그게 현정의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이 여자는 '버리는 것, 떠나는 것'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이건 느와르에 부합했어요. 여기에 끌렸죠. "

김혜수가 말한 현정의 욕망은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정이 아들 주환(김민석 분)에게 갖는 모성애가 부각된다. 모성애가 현정의 강력한 욕망이었을까. 김혜수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다. 하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단호히 밝혔다.

"처음부터 현정은 드러내지 않은 꿈과 욕망을 초지일관 쫓아가는 인물이라고 여겼어요. 이 욕망에 주환이라는 아들은 개입하지 않았고요. 어느 날 아이가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모성애가 발생하지는 않죠. 왜냐하면 아들에 대한 감정은 현정이 경험하고 학습한 것이 아니에요. 현정의 삶에 비춰볼 때 아들이 짠 하고 나타났다고 모성애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모성애를 기대하지도 않았죠. 다만 아이가 나타난 후 어떤 지점에서 주환이라는 아이가 현정의 욕망에 포함됐을 거라고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그걸 일반적인 모성애에 대입한 적은 없어요."

김혜수는 현정이 주환에 대해 갖는 감정이 영화에 어떻게 표현되길 바랐는지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모성애라고 딱 규정되지 않길 바랐다. '그런 것도 모성애였나', '그 여자의 욕망 지점에 주환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주환을 대하는 현정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한 김혜수는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관계의) 내밀한 밀도나 감정 같은 것들이 켜켜이 쌓인, 그런 묵직한 분위기가 관객에게 전달돼야 하지 않나'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현정과 상훈의 관계는 그나마 비교적 밀도가 있는 편이에요. 이 관계에서 훨씬 더 강렬한 밀도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웨이(오하늬 분)나 김 여사(안소영 분) 같이 조직 내에서 같은 일을 경험하고 서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들도 있죠. 아름답거나 여성 중심적인 시각이 아니라 '이들에게서 오는 연대 등 끈끈한 밀도가 영화에 좀 더 강화됐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영화에서는 인물들 간의 욕망이 충돌해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현정이 모성애 외에 무엇을 욕망하는지 마지막까지 뚜렷이 표현되지 않는다. 김혜수는 "현정은 드러내지는 않지만 극 중 프로젝트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했는지 밝혔다. 이어 현정을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설명했다.

"현정의 주변에는 최대식(이희준 분) 검사를 제외한 김재철(최무성 분)·김주환·임상훈, 이 세 남자가 있죠. 김재철은 현정이 선택한 사람은 아니에요. 어떤 계기로 관계가 생겼고 현정은 김재철에게 신뢰 받을 만한 게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신임을 받고 조직 내 포지션이 생긴 거죠. 어떻게 보면 김재철은 현정의 생존과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에요. 김재철에 대한 현정의 감정은 보스 그리고 울타리 같은 개념이죠."

김혜수는 상훈과의 관계를 사랑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현정이 상훈에게 손을 내민 방식이 조직으로 끌어들인 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상훈과의 관계는 동질감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며 "모두 결핍 덩어리들"이라고 관계를 정의했다.

"둘 사이에는 복잡한 감정이 있을 거예요. 동지애, 피를 나눈 형제 사이의 연대, 이성으로서의 감정 등이요.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랑'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정은 상훈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상훈을 받아들인다는 건 현정이 욕망을 버린다는 거예요. 이런 모습들이 느와르에 부합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한편 '미옥'은 지난 9일 개봉,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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