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1987'이 30년 전 광장의 기운을 스크린에 재현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를 은폐하려던 권력에 맞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릴 영화는 광장을 채운 시민의 함성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루고, 민주주의의 비약적 성장을 일궈냈던 그 해 6월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돌려놓을 전망이다.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가 지난 22일 제작보고회를 통해 연말 스크린 출사표를 던졌다. 영화가 첫 공개되는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과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이 참석했다.
영화는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윤석은 극 중 진실을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장 박처장 역을 연기했다. 실존 인물 박처원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간첩 및 용공 사건을 전담하는 대공수사처의 실세로, 반공이 애국이라 굳게 믿으며 수사에 있어서는 잔혹한 고문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스물두 살 대학생의 죽음이 정권 유지에 방해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사건 은폐를 지시한다.
하정우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공수사처 박처장에 맞서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최검사로 분했다. 충무로 신예로 떠오른 김태리는 극 중 87학번 신입생 연희로, 유해진은 연희의 삼촌이자 교도관 노조 설립을 주도해 파면된 후 복직된 영등포 교도소 교도관 병용 역을 맡았다.
'1987'은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감독 신작이다. 쟁쟁한 캐스팅에 어울리게 명연기를 펼친 배우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며, 장 감독은 배우들 면면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다들 잘하지만 개개인이 너무 잘했다"며 "한 편을 했는데 장편 7편은 한 것 같았다. 감독으로서 이런 호사를 언제 누리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나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에 동참해 준 배우들의 고마움이 다시 느껴졌다"며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동안도 놀랐겠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 다시 배우들에게 놀랄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 감독은 "연출은 자랑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서 배우들의 힘은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감독은 "김윤석이 맡은 박처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주인공이 배턴터치를 하며 계속 이어져간다"며 "새로운 주인공들이 계속 나오고, 결국에는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그런 영화"라고 설명했다.
'화이'에 이어 장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나눈 김윤석은 "일단 무조건 시나리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꺼이 한 숟가락을 얹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작년 봄, 장미대선이 결정되기 전 순수하게 이 영화를 해보자고 함께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다큐멘터리를 능가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극영화 개성 갖지 못한다면 만들 이유 없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다큐의 미덕과 또다른 미덕이 있더라.
그래서 동참했다"며 "촛불 이후 정권이 교체 됐지만 이 영화가 개봉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도 궁금했다. 촛불광장에 나온 분들과 우리 마음이 거의 비슷했지 않나,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추격자' '황해'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만난 베우 하정우와 김윤석은 앞서 함께 한 두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불꽃 튀는 호흡을 보여줄 전망이다.
하정우는 김윤석과 재회한 소감을 말하며 "2010년 '황해'를 마지막으로 7년 만에 같이 했다"며 "그 날 기념 사진을 찍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 제가 많이 노화됐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9년 전 (처음) 같이 한 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면서 작품을 떠나 형과 저 개인적으로도 좋은, 의미있는 시간 아니었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극 중 자신이 맡은 인물 최검사에 대해선 영화의 도입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갈 캐릭터라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그 사건을 은폐하려 시작하다가 그 부분에 있어 브레이크를 걸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며 "영화 시작 초반에 관객이 저의 편에 서서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기본적인 정의 실현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 있어 이 영화에 한 발자국 들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쉬울 수 있게, 캐릭터를 유연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에서 감독이 정확히 그런 면을 명시했다. 유연하고 쉽게 보여주자는 데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1987'을 통해, 1990년생 김태리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의 한 가운에 선다. 약 30년 전 역사를 그리게 된 것에 대해 김태리는 "어찌 생각하면 고작 30년이라 시대극이란 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받치는 쟁쟁한 동료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혼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에너지를 더하고 더해서 굴러가는 영화였다"며 "나 혼자 힘 쓰지 않고, 그 힘을 어떻게 잘 받아서 나도 다음으로 넘길 수 있을지 부담이 있었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돌이켰다.
유해진 역시 영화 출연 이유를 알리며 "시나리오가 재밌었다"며 "'택시운전사'처럼 아픈 현실을 그렸다는 점 때문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는 오는 12월2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