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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신태용은 '과정'을 더 중시한다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여론에 스스로 '신중 모드' 전환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눈빛 말이에요. 눈빛 자체가 달랐습니다."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끝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이뉴스24'는 E-1 챔피언십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NOW 시리즈를 통해 축구대표팀의 분위기와 일본, 중국, 북한의 상황에 대해 최대한 전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대표팀은 지난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는데요, 당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탑승 전 만났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E-1 챔피언십 선수단 단장이 전날(16일)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전 비화를 살짝 전해주더군요.

최 부회장은 "일본 공주가 경기장에서 관전한다고 해서 다지마 고조 회장과 기다리고 있는데 교통 체증으로 늦는다더라. 그래서 일단 먼저 관전하기로 하고 선수단 격려를 위해 통로로 내려갔는데 우리 선수들 얼굴을 보니 정말 비장했다. 양팀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일본과 달리 우리 선수들 눈빛이 정말 다르더라"고 하더군요.

격려하고 공주를 기다리다 본부석으로 올라가 앉으려는데 3분 만에 고바야시 유(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실점해서 놀랐지만 믿었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전반에만 김신욱(전북 현대)의 두 골과 정우영(충칭 리판)의 무회전 프리킥 골까지, 총 3골이 터지며 3-1로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최 부회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야 하는 한일전은 선수 구성이 어떻든 정말 힘들다. 신 감독도 나도 현역 시절 일본전은 정말 힘들었다. 최상이든 아니든 한일전 자체의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번에 신 감독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벽 늦게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일본전을 준비하면서 체중만 2㎏나 빠졌다. 그 정도로 힘든 경기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그래 보였습니다. 마침 기자석이 한국 벤치 뒤에 있었는데 신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북한전 때와 달리 심판과 격렬한 말싸움을 하더군요. 가까이 있던 1부심이나 대기심이 신 감독의 항의를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상대가 거칠게 파울을 하고 핸드볼 파울도 했는데 왜 호각을 불지 않느냐는 거죠. 그러다 점수가 벌어지니까 심판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등 여유를 되찾더군요.

신 감독 스스로도 압박감을 많이 느꼈을 겁니다. 분명히 E-1 챔피언십에서 과정도 보고 실험도 해보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을 통해 플랜A의 가능성을 찾았고 중국, 북한전에서 플랜B, C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과정'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무슨 실험이냐. 사치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류의 여론에 밀렸죠.

사실 이번 대회 대진만 봐도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자국에서 개최하는 E-1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 상대는 늘 한국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랬고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과 마지막에 만납니다. 최고의 흥행 카드니까요.

이런 순서로 인해 앞의 두 경기는 사실상 실험 성격이 강하고 마지막 라이벌전에서 최상의 전력으로 구성해 나서는 틀이 갖춰집니다. 그렇지만, 당장 시원스러운 결과가 필요한 뜨거운 여론이 받아주지 않으니 대표팀을 이끄는 신 감독 입장에서는 상당히 답답했을 겁니다. 물론 신 감독 자신이 "우승하겠다"는 식의 목표 설정으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도 있기는 합니다.

일본전을 앞두고 훈련이 끝난 뒤 신 감독과 짤막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힘드시냐"고 물으니 "답답하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해도 비판이 쏟아지니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는 거죠. "차라리 내일 당장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껄껄 웃습니다. 어차피 모든 시계는 본선에 맞춰야 하고 그사이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인내하며 수긍하겠다는 것이 신 감독의 생각이었지만 너무나 덩어리가 큰 비판까지 가슴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합니다.

마침 이날 훈련에는 일부 일본 기자들도 와서 신 감독의 말, 표정을 다 읽었습니다. 한 일본 기자는 "지난해 1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을 취재하면서 신 감독을 본 기억이 있는데 이번과는 아주 다르더라. 그때는 일본에 역전패했지만, 충분히 자신의 전술을 보여줬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번에는 너무 신중한 모습이다. 한국인인데 일본인처럼 느껴지더라"는 평을 하더군요.

칼을 간 신 감독은 일본전을 4-1이라는 보기 드문 점수로 이깁니다. 앞선 두 경기의 실험에서 가장 최적화 된 것을 꺼내서 성공적인 결과를 냅니다. 상대팀에는 J리그 득점 5위 이내 들거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부름을 받았던 선수가 대다수였습니다. 김신욱 방어에 실패한 중앙 수비수 쇼지 겐(가시마 앤틀러스)은 10경기 중 3경기를 풀타임 소화했죠. 현시점에서는 최고 선수인 겁니다. 우리도 다수가 빠졌지만, 한일전이라는 무게감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결과 자체를 놀랍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의 일본 선수들 목소리는 정말 작았습니다. 기자회견장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일본 국민은 (오늘의 패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본 기자의 질문을 들으면서 라이벌전의 결과가 정말 크다는 것을 새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신 감독은 크게 기뻐하지 않고 월드컵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좋은 팀이고 할릴호지치라는 명장이 있다"며 상대 칭찬에 열을 올렸습니다.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신 감독에게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을 건네니 "아직이다. 19일에 유럽에도 가야 하고 전지훈련도 준비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이제 대회 하나 치렀을 뿐이다. 6월까지는 난 감옥에 있는 것"이랍니다.

그렇습니다. E-1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결과는 금방 잊힐 겁니다. 1월 중동 전지훈련에서 비슷한 선수단으로 평가전을 치를 텐데 또 과정이 나쁜 결과가 나오면 여론은 요동칠 겁니다. 1월이면 선수들의 몸은 바닥 상태라 시즌 중 휴식기인 유럽 선수들을 만나면 분명 애를 먹겠죠.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수원 삼성, 톈진 취안젠이나 군입대로 일부 선수가 빠질 테니 공백은 더 커 보일 겁니다.

이들을 통해 3월 A매치데이에서 완전체 대표팀을 만들어 유럽에서 경쟁력을 점검해야 하는데, 분명한 과정을 거치고 싶은 신 감독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과연 '화끈한' 여론은 인내심으로 기다려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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