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같은 상처를 껴안고 있는 이들은 서로를 쉽게 알아본다. "죽으면 편지를 읽지 못한다"며 저 세상으로 간 동물에게 편지 쓰기를 거부하는 초등학생 혜나와 "쓰기 싫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차갑게 말하는 교사 수진은 첫만남에서부터 너무나 닮아 있었다.
지난 24일 첫선을 보인 tvN 수목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는 차가운 선생님 수진(이보영 분)과 엄마 자영(고성희 분)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 혜나(허율 분)가 진짜 모녀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첫 방송에는 서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수진과 혜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느 무리에서나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수진은 어딘가 눈에 띄는 허율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반에서 지저분한 모양새에 왕따를 당하는 혜나에게 수진은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보이는 모습은 타인에게 공격해도 된다는 신호라고 차갑게 말한다. 그리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단호하게 덧붙인다.
단팥빵을 건네는 혜나를 냉정하게 거절하던 수진은 어느 순간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다. 몸에 여기저기 상처가 있는데도 우는 법이 없는 혜나. 다친 곳을 묻자 "아픈 데 보는 걸 좋아하냐"는 혜나의 되물음에 수진은 바지를 올려 자신의 다리에 있는 흉터를 먼저 꺼내보인다. 아파서 조금 울었다는 수진에게 혜나는 "좋아하는 걸 떠올리면 된다"고 차분히 말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의 상처에 조금씩 위로를 건넨다.
둘 사이를 묘하게, 그리고 희미하게 잇고 있던 끈은 수진이 혜나의 아픔을 직접 맞닥뜨린 순간 선명해진다. 엄마와 그의 동거남, 설악(손석구 분)과 함께 사는 혜나는 하루 하루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삼촌"이라고 불리는 설악은 혜나를 학대하지만 혜나는 이를 감추는 데 급급하고 익숙하다. 설악의 학대를 알고 있지만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엄마 자영을 위해서다. 딸에 대한 자영의 모성애는 설악에게 단지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애원 정도다.
설악의 학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잔인하고 괴기해진다. 혜나를 비닐 봉지에 가두고 목을 조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혜나의 입술에 거칠게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은 로리타 증후군을 떠올리게 한다. 그 광경을 목격한 자영은 혜나에게 "더럽다"고 소리 지르며 추운 겨울 밤, 혜나를 검은 비닐 봉지 안에 넣은 채 집앞 쓰레기 봉투 옆에 버린다. 그런 혜나를 우연히 발견한 수진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며 어릴 적 겪은 학대의 상처를 떠올린다.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는 혜나의 물음에 엄마가 아닌 새라고 답한 수진. 그는 혜나와 바닷가에서 함께 새를 바라본다. 새를 향해 자신을 하늘나라에 데려가 달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치는 혜나에게 수진은 눈을 맞추며 "내가 널 데리고 갈 거야"라고 말한다. "왜 아이는 엄마가 없이 살 수 없어요"라며 우는 혜나. 수진은 "살 수 있어" "이젠 너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이라며 혜나를 껴안았다.
방영 전부터 예고했듯 사회 속 사각지대에 갇힌 아동학대가 '마더'의 주요 소재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법의 테두리에서 혜나를 구하려는 몇몇 사람들의 노력이 짧게 그려졌지만 현행법상 우리나라에서 친권이 얼마나 강력한지와 이에 따른 아동학대의 제도적 허점이 넌지시 드러났다.
혜나에게서 자신과 닮은 상처를 발견한 수진은 법의 바깥에서 혜나를 구하려 한다. 수진이 엄마를 버리고 자신의 손을 붙잡은 혜나와 어떤 여정을 함께 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모녀 로맨스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마더'는 이날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수·목요일 밤 9시30분 방송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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