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우여곡절을 겪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드디어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5일까지 열전에 들어갑니다. 두 번이나 눈물을 쏟으며 유치에 실패했고 세 번째서야 웃었으니 정말 소중한 올림픽이 됐습니다.
개막으로 오는 과정까지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북한의 전격 올림픽 참가에 과정이 좋지 않았지만, 모양새는 갖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출범으로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대결 구도가 갖춰졌지요. 또, 평창의 여러 환경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8일까지도 경기장 보수는 계속됐습니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관중석은 얼음을 깨기에 바빴습니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열리는 아이스 아레나는 경기장 내 외벽에 페인트칠하고 있더군요.
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나름대로 홍보를 했지만, 영동고속도로와 강릉, 평창, 정선 등의 개최 도시에 올림픽 전용차선을 만들었지만 지키는 차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차선 도색이 다소 미진해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가 취재했던 다른 나라에서의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은 최소 100m 간격으로 차선에 오륜기가 표기되어 있거나 아예 특정 색으로 색칠을 해버리는데 평창의 도로는 어느 순간 사라졌더군요. 그래서 전날까지 도색 작업을 하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좋게 보면 마지막까지 손님맞이에 최선을, 부정적으로 보면 아직도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작한 이상 성공적인 개최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적어도 현장에서 몸으로 뛰고 있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확실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개회식을 앞두고 하루 먼저 강릉컬링센터에서 시작한 컬링이 그렇습니다.
컬링센터의 자원봉사자들은 믹스더블에 나선 장혜지-이기정 조가 왕루이-바더신 조(중국)와 접전을 벌이며 연장전에서 7-8로 패하자 탄식을 내뱉더군요. 자원봉사자 조민경(24) 씨는 "처음보는 컬링인데 정말 재미있네요. 스톤을 쳐내기 위해 머리싸움을 하는 선수들의 지략도 그렇고 집중해서 보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즐거워합니다.
이날 컬링장에는 오전 경기 2천519명, 오후 경기 2천636명의 관중이 찾았습니다. 단체 관람객이 꽤 많아 보였지만 컬링의 재미에 빠져 온 관중도 많았습니다. 장혜지가 외치는 '헐~'을 따라 하는 관중들도 보였습니다. 더 빨리 얼음판을 닦으라는 '허리(hurry)'를 재미있게 외치는 것에 푹 빠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관중들 앞에서 장혜지-이기정 조는 "응원을 제대로 받아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기더군요.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감독도 "컬링을 하면서 소름이 돋기는 처음"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비슷한 시각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에서 진행된 스키점프에도 3천여명의 관중이 몰렸습니다. 새처럼 높이 날아오른 뒤 착지하는 '보는 재미'에 빠진 관중 유혹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아직 고민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소위 입장권을 사놓고 오지 않는 '노쇼(NO SHOW) 걱정 말입니다. 지자체와 기업들이 대량 구매에 나눠주는 구태가 여전했기 때문에 이 추운 겨울에 평창, 강릉까진 내려와서 볼 것인가에 물음표가 붙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 평창올림픽이 그들의 슬로건처럼 '새지평'을 열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등 의미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합니다. 그간 조직위의 겨울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 등이 가동, 92개국 2천920명의 참가로 역대 최대 올림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등 첫 참가국도 등장합니다.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즐기는 문화가 꼭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다수의 선수로부터 "즐기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올림픽이 아무나 누비는 무대는 아니니까요. 금, 은, 동만 찬사 받는 것이 아닌 참가 자체가 의미 있는 올림픽 문화가 굳어지기를 기대 또 기대합니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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