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축구에서 1등이 아닌 다른 순위는 의미가 없다. 나는 자신있다."
김학범 한국 U-23 감독의 발언에선 자신감이 진하게 배어났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스스로에게 내건 최소 달성 목표다.
김봉길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해임된 후 긴급 소방수로 자리를 잡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한축구협회(KFA)는 일 처리에 신중을 기했다. 김판곤 감독 선임위원장을 필두로 중지를 모은 끝에 김학범 감독을 선임했다.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 후 첫 감독이 된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상황이 아주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5개월 남짓. 이 시간동안 선수들을 추려내고 소집하여 자신만의 색깔을 투영해야 한다. 김 감독 스스로도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어렵다고 힘들고 또 두렵다고 피해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이 결정을 결단코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면서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대표팀 자리를 맡았던 감독들의 발언을 비추어 봐도 가장 강력한 취임사였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KFA가 실시한 자체 인터뷰에서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말로 우승을 향한 굳센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축구에서 1등이 아닌 다른 순위는 의미가 없다. 감독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따라오지 못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는 성적으로 말씀을 드려야 한다. 올림픽이 보장됐다고는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나지 않으면 나 스스로 그만둘 것이다. 평가를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어도 나는 감독을 맡을 것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만둘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금메달 획득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우승 부담이 있는 대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준비 기간 또한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본인의 실력에 대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돌아보며 "팀은 안일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고 평하면서도 선수들에 대해선 "제 눈엔 좋은 부분도 많이 보였다. 특히 호주와 경기에서 공을 빼앗아 앞으로 역습을 나가는 부분은 굉장히 좋게 봤다"면서 칭찬했다.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게끔 선수들에게 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대회가 나 스스로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지난 대회에서 있었던 실수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게 가다듬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능력과 지난 대회의 실패를 잘 반성한다면 충분히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숱한 경쟁을 이겨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성남 일화(현 성남FC) 시절에는 K리그와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있다. 단순히 트로피 뿐만 아니라 늘 새로운 축구를 받아들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2008년 11월 팀을 떠난 이후 유럽과 중국, 일본을 돌며 축구 전술에 대한 공부를 했다. 축구 훈련법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까지 땄다.
이런 실력에 최근엔 어려운 상황에서 연거푸 도전하는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도민 구단인 성남과 강원FC는 물론 지난 시즌 도중엔 광주FC의 사령탑을 맡았다. 비록 결과는 강등으로 귀결됐지만 난국에서도 그는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도민 구단들을 이끌 때보다 지원과 선수 가용 자원은 훨씬 풍부하다. 나이 차이가 꽤 있지만 은퇴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김은중 코치나 전임 U-23 대표팀을 지도했던 차상광 코치도 유임된다. 김 감독 본인도 "선수들과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인지 잘 고민할 것"이라는 말로 소통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이번 감독 부임은 도전이자 증명의 자리가 됐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만 두겠다"는 말은 그가 스스로에게 내건 하나의 공약이자 배수의 진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것은 그가 말한대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 뿐이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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