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K리그1부터 K리그2(2부리그) 내셔널리그(3부리그 격), 챌린저스리그(현 K3리그, 4부리그 격)까지 모든 리그를 거친 김효기(32, 경남FC)에게 뛸 기회는 소금과도 같다. 초반 돌풍을 일으킨 경남FC에서 뛰어 더 그렇다.
김효기는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8 K리그1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0-2로 지고 있던 후반 28분 쿠니모토가 오른쪽 측면에서 연결한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경기장에 있던 5천164명의 관중 모두가 놀란 순간이었다.
김종부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후반 16분 중앙 미드필더 하성민을 빼고 김효기를 넣었다. 김효기가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하면서 처진 공격수까지 두 역할을 소화하도록 했다.
의도는 통했다. 말컹과 쿠니모토 뒤에서 공간을 찾아 뛰면서 움직였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쿠니모토의 가로지르기가 일정 높이로 날아오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오른발 오버헤드킥을 했고 강현무 골키퍼의 손에 살짝 닿았지만, 골이 됐다.
과정을 복기한 김효기는 "정신없이 들어갔다. 공격 상황에서 자신 있게 슈팅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오버헤드킥은 훈련의 결과물이다. 그는 "훈련 시 가로지르기에 의한 슈팅은 자신 있고 연습도 많이 했었다. 훈련 중 이런 상황이 오면 한 번씩 시도한다.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물론 동물적인 감각의 결과다. 연습으로 다져진 것이 동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슈팅은) 훈련에 대한 반응이지 않나 싶다. 나도 모르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김효기는 2010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와 인연을 맺었지만, 기회는 거의 오지 않았다. 2010년 1경기, 2011년에는 2군을 전전했다. 2012년에도 4경기에 그쳤다.
고민하던 김효기는 2011년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임대를 떠났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12년 울산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다시 미포조선으로 향했다. 뛰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체검사 4급으로 공익근무를 해야 했고 챌린저스리그의 화성FC로 향했다. 화성에서 김종부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울산으로 돌아왔지만, 역시 자리가 없었다.
2015년 K리그2 FC안양으로 가서 15경기 8골 2도움을 기록한 김효기는 이듬해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지훈련이나 경기장에서 그는 그림자였다. 다시 안양으로 돌아와 두 시즌를 뛰었고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올해 K리그1에 승격한 경남FC로 왔다.
경남에서 그는 원 없이 뛰고 있다. 선발, 교체 가리지 않는다. 포항전을 포함해 6경기 3골이다. 한국 나이로 서른셋에서야 1부리그에서 골을 넣었다. 그는 "앞으로도 뛸 기회가 온다면 골을 더 넣겠다. 자신도 있고 몸도 좋다. 팀은 연패 중이지만 상황이 되면 골 넣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단단한 마음으로 뛸 기회만 바라고 있는 김효기는 "(전북에서도) 자신감은 있었지만, 워낙 좋은 선수가 많아서 기회가 없었다. 경남에서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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