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분명 개최국이 이겼다. 그런데 도시는 생각처럼 시끄럽지 않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15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러시아가 무려 5-0으로 이기면서 시작부터 분위기는 후끈해졌다.
TV에서는 러시아의 첫 승 경기를 재방송하는 등 고무된 분위기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면 더욱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생각처럼 응원에 몰두하지 않고 있다. 개막전에서도 "러시아"를 외치는 수준이었고 골이 많이 나오면서 파도타기를 하는 정도였다.
제2의 도시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면 달랐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로코-이란, 러시아-이집트, 브라질-코스타리카,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 등 조별예선 4경기를 비롯해 16강, 4강, 3~4위전까지 열린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팬 공개 응원 장소인 '펜 페스트(Fan Fest)'에만 1만5천명이 몰렸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조용히 제 갈 길을 갔다. 지하철에서도 조용했다. 러시아 깃발을 흔들며 경적을 울리고 좋아하는 운전자도 없었다. 간간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팬이 "러시아"를 외치며 다가왔지만, 주로 도심보다는 외곽에서 나타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전 국가대표 김동진, 이호가 뛰어 잘 알려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연고 도시다. 모스크바 연고 팀 못지않은 실력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이 때문에 도시 자체가 조용한 것이 의외였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 사우디, 이집트, 우루과이와 A조에 속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이집트, 우루과이에 밀린다.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집트에는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있다. 부상으로 출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오는 20일 러시아와 2차전에는 선발, 조커 상관없이 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우디전보다는 이집트를 넘어야 진짜 실력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팬 페스트에 응원을 온 러시아인 에브로빈 아르제네리 씨는 "러시아가 2승을 거둔다면 그때 기뻐하겠다"며 '러시아'를 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일부 반감도 보였다. 개막전 TV 생중계에 푸틴의 환영사가 나오자 펜 페스트에 모여 있던 일부 러시아 팬들은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현지 거주 교민은 "푸틴이 월드컵을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는 정서가 젊은 층에 은근히 깔려 있다. 비단 상트페테르부르크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도 같은 분위기일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팬들이 조용했던 이유는 강력한 공권력이었다. 이번 대회는 테러를 우려해 팬 ID가 발급됐다. 신원이 확실한 외국인만 입국하거나 경기장 출입이 가능하다. 경찰력이 곳곳에 깔려 혹시라도 난동을 부릴지 모르는 팬들을 적극 관찰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조금이라도 시끄러우면 곧바로 경찰력이 배치됐다. 이란, 멕시코, 모로코 팬들이 거리 응원전을 펼치자 언제 나타났는지 경찰들이 주변을 덮고 경계했다.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이면은 복잡한 러시아의 월드컵 시작이다.
※우다취는 행운 또는 성공을 바란다는 러시아어입니다. 조이뉴스24는 이번 월드컵 기간 러시아에서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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