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Go Go, Semi final!(가자 4강으로!)'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1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러시아-스페인전을 두고 하는 말이죠.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야신의 부활'이라는 칭호를 들은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모스크바) 골키퍼가 코케와 이아고 아스파스의 킥을 막아내며 4-3으로 이겨 8강 진출을 이끌었죠.
경기가 끝난 뒤 7만 관중은 "러시아!"를 외침과 동시에 아킨페예프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승리 수훈갑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으니 말이죠. 이날 승부차기 말고도 스페인의 슈팅을 거의 막아내는 초인적인 힘을 보여줬습니다.
경기장 밖도 시끄러웠습니다. 경찰과 군 병력의 경계가 삼엄했지만, 기뻐하는 인파들로 루즈니키 스타디움 일대는 시끄러웠습니다. 경적을 울리고 러시아 국기를 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보고 있자니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한국처럼 느껴지더군요.
귀갓길 지하철에는 얼굴에 러시아 국기를 새겼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단순한 구호 '러시아~!'가 만든 승리라는 자부심이 아닐까 싶네요.
젊은 층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확하게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러시아 승리에 취한 것은 분명해 보였죠. 조이뉴스24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모스크바 북서쪽의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소콜(영어 SOKOL)역과 아에로포트(AEROPORT)역 사이인데 아파트가 많습니다. 시내에서 응원하고 귀가하는 거주민들이 정말 많더군요.
경기 다음 날,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인 붉은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익숙한 "러시아~!"가 들리더군요. 러시아인들의 감동이 계속되는 모양입니다. 개최국이 잘해주니 눈치를 볼 다른 나라 팬들도 마음껏 소리를 칩니다. 물론 러시아도 함께 응원해주면서 말이죠.
한 유명 커피숍 벽에는 영어로 '가자 4강으로'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의 기쁨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 밑에 엄지손가락을 그린 휴지도 붙어 있더랍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자주 보였다는 겁니다. 등번호는 대다수가 1번이고 20~30대들이 입고 있었습니다. 통상 러시아 젊은 층은 반푸틴 정서가 있고 장년층에서나 우호적이라는 이야기를 현지인에게서 들었기 때문인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을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았지만, 번역기를 내밀고 러시아어를 영어로 번역하니 'For the glory of RUSSIA(러시아의 영광을 위해)'라고 나오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유치한 월드컵으로 인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보면 될까요. 이렇게 국민 정서가 바뀌는 건가 싶습니다. 물론 성적이 더 좋다면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고요. 다 그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요,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러시아가 걸어온 길은 2002년의 한국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서로를 믿고 많이 뛰면서 승리하는 모습 말이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만약 8일 크로아티아까지 꺾는다면 그야말로 대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시아라는 국가명으로 처음 있는 일이니까요.
조이뉴스24 모스크바(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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