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은 기술이 인간의 판단과 절묘하게 만난 대회였다. 비디오 판독(Video Assistant Referee·이하 VAR)이 대회 기간 내내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벤치 헤드셋 도입 등 기술과의 접목이 많았다.
VAR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처음 도입됐다. 클럽월드컵을 거쳐 러시아월드컵에서 선을 보였다. 한국이나 독일, 호주는 자국리그에서, 잉글랜드의 경우 FA컵에서 VAR을 도입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익숙했다.
골 장면과 페널티킥, 퇴장 등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판독 대상이 된다.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위도 VAR이 잡아내기 때문에 속임수를 쓰기는 어려워졌다. 페널티킥 상황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속이며 넘어졌어도 소용이 없다. 경기장 중계 카메라만 37대다. 여기에 FIFA가 따로 설치한 카메라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살핀다. 최소 다섯 대의 카메라가 해당 장면을 수차례 보여줘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처음이라 온갖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VAR룸에서 주심에게 신호를 주더라도 최종 선택은 주심의 몫이다. VAR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는 경우가 있으면 야유가 쏟아졌다. VAR이 축구 고유의 흐름을 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인 경기가 조별리그 C조 1차전 프랑스-호주전이었다. 프랑스가 호주에 고전하며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9분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조시 리즈던(웨스턴 시드니)의 발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그냥 넘어갔다. 이후 VAR 심판진으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호주는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로코-스페인전도 마찬가지, 모로코가 압도하는 경기를 했지만, 일부 페널티킥 가능성이 있었던 장면을 잡아주지 않았다. 모로코 선수들은 흥분했고 경기 종료 후 VAR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약팀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쏟아진 이유다.
한국도 VAR에 울고 웃었다. 스웨덴과 1차전에서 김민우(상주 상무)가 빅토르 클라에센에게 내준 페널티킥이 그렇다. 최초에는 인플레이로 넘어갔지만, 이후 VAR를 시행한 결과 김민우가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클라에센을 걸어 넘어트린 것이 확인됐고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이 판정 한 번으로 한국은 0-1로 패했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는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게 역습으로 실점을 내줄 당시 시작점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중앙선 부근에서 파울을 당하는 장면을 그냥 넘어갔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에 항의 공문을 보내며 항의했다.
하지만, 독일과 3차전에서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결승골이 오프사이드에서 득점 인정으로 번복됐다. 독일에 맞고 흐른 볼이 김영권에게 닿은 것이 명백했다.
VAR로 인해 판정의 수정이 이뤄지면서 퇴장은 총 4번이 전부였다. 한 자릿수 퇴장은 32개국 체제의 월드컵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심판들의 오심을 줄여주는 효과로 이어졌다. 대신 페널티킥이 쏟아졌다. 무려 29개가 나왔다. 이번 대회 169골 중 페널티킥 골이 22골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이전까지 최다 페널티킥은 18개(1990 이탈리아, 1998 프랑스, 2002 한일월드컵)였다. VAR이 페널티지역 안에의 행동은 분명하게 잡아낸다는 메시지를 팀에 전달한 셈이다.
VAR은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다음 월드컵은 물론 FIFA 주관대회 전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VAR이 지배하는 월드컵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벤치 헤드셋도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기자석의 스태프와 벤치의 스태프가 실시간으로 경기 진행 상황을 공유해 시시각각 대응책을 마련했다. 경기 관련 데이터가 빠르게 양산됐다.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전략이 하프타임이나 경기 중 바로바로 나왔다.
대회 공인구인 '텔스타 18' 안에도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장착됐다. 볼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속도와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볼에 바람이 빠지면 무게가 달라지는 것을 알고 바로 교체할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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