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2005년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윤종빈 감독은 지난 13년 간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중견 영화인으로 성장했다. 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이자 배우이기까지 한 '멀티 플레이어' 윤종빈의 활동 반경은 그 비슷한 예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넓다.
감독으로서 입지는 꾸준히 탄탄했다. 장편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던 그는 3년 뒤 '비스티 보이즈'(2008)를, 이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2012)를 내놓으며 작업을 이어왔다. '최민식의 전성기를 다시 연 영화'로도 평가받은 '범죄와의 전쟁'은 47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제작을 겸하게 시작한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2014)는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해 역시 4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이후 신작 '공작'을 내놓기까지 '검사외전'과 '보안관'의 제작에도 참여하며 흥행 타율 높은 제작자로도 손꼽혔다.
'감독 윤종빈'의 새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당대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을 보여줬던 감독은 '공작'을 통해서도 시대와 사람을 읽는 특유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흑금성, 그를 의심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북한군 장성 리명운(이성민 분), 상대의 모든 것을 의심하는 북의 안보부 과장 정무택(주지훈 분), 공작전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남한의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 등 주요 인물들을 통해 극의 갈등을 촘촘히 쌓아나간다.
특히 흑금성과 리명운, 두 인물의 관계로 그려내는 입체적 상황은 '공작'의 결을 보다 풍성하게 채운다. 시대의 특수성을 영화의 생명력으로 삼으면서도, 그 안에서 보편적 메시지를 이끌어낼 줄 아는 감독의 탁월한 감각이 다시 엿보인다.
'공작'의 황정민과는 윤종빈 감독의 영화사 월광이 제작한 '검사외전'에 이어 또 한 번 협업했다. 이성민과는 '군도' '검사외전' '보안관'으로, 조진웅과도 '범죄와의 전쟁' '군도' '보안관'으로 이미 수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미 시너지가 검증된 동료들과의 재회가 '공작'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인다.
영화는 윤 감독의 연출작 중 처음으로 배우 하정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로도 관심을 모았다. 윤종빈의 데뷔작부터 모든 작품의 주연진에 이름을 올렸던 하정우는 부인할 수 없이 그의 페르소나로 활약해왔다. 흥미롭게도 하정우는 지난 1일 개봉한 여름 경쟁작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둘도 없이 가까운 동료이자 흥행 라이벌인 두 영화인의 대결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편 2006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감독은 '공작'을 통해 지난 5월 12년 만에 칸 레드카펫을 다시 밟았다. 영화는 오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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