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시간을 되돌릴 수는 있을까. 한국 남자 태권도대표팀 소속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화준(22·성남시청)의 심정이 그렇다.
이화준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자카르타 컨벤센 센터 플레너리 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0㎏급에서 '마지막 승부'에 나섰다. 상대는 해당 체급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힌 니키타 라팔로비치(우즈베키스탄)다.
두 선수는 이름값에서 차이가 났다. 라팔로피비치는 아시아 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제법 알려진 선수, 반면 이화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청소년대표팀에도 뽑힌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의미있고 소중한 기회였다.
이화준은 라팔로비치와 맞대결에서 패색이 짙었다. 3라운드 종료 15초를 남긴 가운데 12-18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판 승부수가 통했다. 이화준이 시도한 공격이 연달아 포인트가 되면서 18-18 균형을 맞췄다.
관중석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 응원단은 난리가 났다. 그런데 환호성이 탄식으로 바뀌는데는 1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18-18 상황이 된 직후 심판은 이화준에게 감점을 선언했다. 그가 라필로비치에게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이 선을 넘어갔다고 판정을 내렸다.
비디오 판독까지 갔지만 최초 판정은 그대로 유지됐고 라팔로비치가 19-18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1초가 여전히 남아있었고 흔들린 이화준은 상대에게 몸통 공격을 허용했다. 18-21이 되는 동시에 경기는 끝났다.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공동취재구역(믹스트 존)으로 온 이화준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그는 "눈물이 계속 난다"며 "마지막 1초가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로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색깔과 상관 없이 값진 수확이다. 그러나 이화준은 "정말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너무나 속이 상한다. 마지막에 발이 나갔다는 판정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발이 다 넘어간 것도 아니었는데"라고 울먹였다.
비디오 판독 화면이 고르지 않아 '판독 불가'가 나왔다. 최초 판정이 그대로 유지된 이유다. 이화준은 "연장전에서 승부를 걸려고 했는데 일이 틀어져버렸다"며 "국내 대회에서도 항상 마지막이 좋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되버렸다"고 다시 눈물을 쏟았다.
이화준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가 지나갔다. 그는 "시청팀과 대학교 시절 감독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 모두 내게 신경을 써줬는데 결과가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다. 이제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런 모습에 더 큰 박수와 응원이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자카르타(인도네시아)=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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