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던 서정원(48) 감독이 복귀했다. 15일 수원은 서정원 감독의 복귀를 알렸다. "유럽에 머물던 서 감독이 재합류, 선수단 훈련을 이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 감독은 지난 8월 28일 전북 현대와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원정 경기를 앞두고 구단 경영진에 면담을 요청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과 일부 팬들이 가족을 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충격을 받아 지휘봉을 놓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서 감독의 외로운 결단까지 구단은 거의 방관자였다. 오히려 서 감독과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 '좋게 해결하자'는 방식으로 겨우 넘어갔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오히려 구단 경영진의 애매한 선택만 노출됐다. 구단은 서 감독의 사퇴 선언 당시 설득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면에는 경영진의 엇갈리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는 유럽으로 떠난 서 감독에게 휴가를 준 것이라며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단장은 이병근 감독대행을 세우는 임시방편을 선택했다.
재미있는 점은 모기업 제일기획이 서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영진의 애매한 처신으로 인해 서 감독의 상처는 깊어졌고 이 대행은 전북과 1차전을 3-0으로 이긴 뒤 "서 감독 덕분이다"고 말했다. 이 대행도 서 감독을 찾았다. 코칭스태프의 행동반경을 좁아지게 만드는 결과만 만들었다. 소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으로 2달 가까이 끌고 온 셈이다.
서 감독은 수원 부임 후 허리띠만 졸라 매기를 원하는 구단 입장을 거의 반영했다. 활용하고 싶은 선수 영입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올해 데얀 등이 왔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빠져나간 자원을 메우는 정도였다.
남은 기간 서 감독은 큰 책임 앞에 놓여 있다. 1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8강전이 있다. FA컵에서 탈락하면 내년 ACL 직행은 물거품이 된다. ACL 4강 1차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2-3으로 졌다. 24일 2차전에서 무실점 승리를 하는 등 어떻게든 이겨서 결승에 올려놓아야 한다.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은 구단의 설득에 복귀를 선언한 서 감독의 몫이 된다. 경영진은 또 뒤로 빠져 서 감독의 희생만 보게 될지도 모른다. 정규리그는 승점 46점으로 서 감독 사퇴 전 2~3위에 있었지만 5위까지 미끄러졌다.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3위 울산 현대(53점)와 7점 차이다. 6경기나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뒤집기 어렵기 때문에 FA컵 ACL 등에서 취할 것은 확실하게 취해야 한다.
설령 서 감독의 복귀 후 3개 대회에서 목표했던 결과를 이루지 못해도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구단이 필요에 의해서 서 감독을 설득해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한 경영진도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매번 지도자가 희생하는 문화로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서 감독은 복귀했지만, 올해 말까지만 수원을 지휘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은 서 감독과 지난해 2+1 계약을 했다. 2019년까지 계약이고 옵션을 행사하면 최대 2020년까지 계약이 가능하지만 서 감독은 사퇴 후 복귀라 올해까지라는 입장이다. 난파선에 올라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수습이 끝나면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서 감독에게 구단 경영진은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에 축구계의 시선이 쏠린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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