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저 또한 걱정했었죠."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 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인 박병호(32)는 담담하게 얘기를 꺼냈다.
박병호는 지난 2015시즌 종료 후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새로운 소속팀이 됐다.
출발은 좋았다.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홈런을 쏘아올리며 KBO리그 홈런왕의 기량을 유감 없이 보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전력 분석이 어느 정도 끝난 뒤 상대하는 투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하자 타격 지표를 떨어졌다.
설상가상 부상도 찾아왔다. 박병호는 2016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병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을 때 걱정이 안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결국 실패한 선수가 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KBO리그로 돌아왔고 원 소속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정규시즌에서 113경기에 나와 타율 3할4푼5리(400타수 138안타)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부상만 없었다면 그는 50홈런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성적을 냈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낸 박병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그와 만났다. 당시 소속팀은 준플레이프를 통과한 뒤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수단 연습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박병호는 시간을 냈다. 그는 진행 중인 '가을야구'를 제외하고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담은 있었다. 그는 "미국 진출 전 때와 버금가는 성적을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했다"며 "팀이나 주위에서 걸고 있던 기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웃었다.
박병호는 그런 부담과 압박을 잘 버텨냈다. 타격 성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 후 복귀 시점을 오히려 뒤로 좀 더 미뤘다고 했다.
박병호는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이 느낀 점이 있다. 두 차례나 다쳤고 결국 수술도 받았다"며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제이미 로맥(SK)과 홈런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홈런왕' 김재환(두산 베어스·44홈런)과는 한 개 차이다.
그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했다.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많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도움이 됐다고 본다. 박병호는 "회복에 대해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도 더 이상 20대 팔팔한 선수가 아니다. 부상을 더 조심해야할 나이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30홈런 100타점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정규시즌에서 해당 수치를 가뿐하게 넘겼다. 박병호는 "부상 복귀 이후 홈런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홈런왕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박병호는 "당시 방송이나 신문 등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다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그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개인이 아닌 팀 성적이다. 박병호는 "다시 만난 동료들과 꼭 가을야구로 가고 싶었다"고 다시 웃었다.
그는 지난 8월 잠시 소속팀을 떠났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야구국가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박병호는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4번 타자를 맡았다. 우여 곡절이 있긴 했지만 '선동열호'는 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온 그는 소망을 이뤘다. 넥센은 정규시즌에서 4위를 차지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박병호에게도 3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시즌 후반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팀이 잘 버텼고 가을야구에도 나서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정규시즌을 보낸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생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진 않았다. 그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병호는 "한 가지 생각은 해봤다"며 "미네소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었는데 결국 이적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만약 당시 구단이 다른팀으로 보내줬다면 어떤 상황을 맞았을까라는 생각은 가끔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행복한 시즌"이라고 다시 한 번 힘줘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넥센 유니폼을 입고 팀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 만큼 특별하고 의미있는 일이 어디있겠냐"며 "물론 다르게 보는 시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평가를 떠나 내 스스로 만족한 시즌을 보냈다"고 얘기했다.
한편 박병호는 지난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 뛰었다. 언제나 처럼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가을야구'에서 거포로 자존심을 지켰다. 시리즈 내내 부진했지만 정규이닝 마지막 9회초 맞은 타석에서 손맛을 봤다.
소속팀이 7-9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병호는 거짓말처럼 동점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9-9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한 방이 됐다. 넥센은 연장 접전 끝에 10회말 나온 한동민의 끝내기 솔로포에 10-11로 SK에 졌다.
공교롭게도 박병호가 넥센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선 '가을야구'인 지난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극적인 상황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당시 0-3으로 끌려가던 승부에 균형을 맞추는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쳤다. 그때도 정규이닝 마지막 9회말에 대포를 가동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18년. 넥센 복귀 후 처음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도 박병호는 어김 없이 소속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홈런을 기록했다.
조이뉴스24 고척·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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