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지난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촉발한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가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는 합의와 함께 양성의 평등이 점차 중요하게 대두됐다. 조이뉴스24는 인권 기획 중 첫번째로 '성평등'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3월 개소 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과 공동 기획으로 영화산업 내 성평등 실태와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문화 예술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성평등 운동과 성희롱, 성폭력 피해사례 및 유관단체의 지원, 예방과 근절 방지 대책을 알아봤다.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성평등 관련 설문조사(만 19세 이상 남녀 1천500명)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남성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답이 44%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남녀동등'은 37%, '여성에게 더 우호적'은 18%로 나타나 여전히 성별에 대한 차별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설문조사 역시 문화예술계에 빈번한 성폭력 실태를 보여준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총 4천380명 중 문화예술계 종사자 3천718명 중 40.7%인 1천513명이 직접 피해를 경험하고 25.6%인 951명이 타인의 피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7~8명은 직·간접인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여전히 성평등을 위한 숙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을 위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움트는 가운데 정부 지원 성평등 센터로는 첫 포문을 연 든든이 개소 1주년을 맞았다.
든든은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임순례 감독과 영화제작자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공동 센터장을 맡아 지난해 3월1일 공식 개소했으며 이후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성폭력 예방 교육과 피해자 상담 및 지원 활동을 비롯해 정책적 변화를 이끌 움직임도 이어간다는 목표로 1년여에 걸친 전문가 자문 및 준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첫 삽을 떴다.
지난 1년 동안 든든은 영화 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영화산업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및 피해자 지원을 비롯해 실태조사,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든든한 지원자
든든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예방과 지원이다. 먼저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목표로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며,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신고 접수 및 피해자 지원을 한다. 또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국내외 성평등 영화정책을 연구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든든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을 시 상담을 통해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한다. 상담 내용 및 개인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이보장되며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든든의 전문위원이 대면상담을 진행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보 및 든든의 지원방안을 안내하고, 사건처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며 지원한다. 이와 함께 법적 대응을 지원하고 중재 및 권고 등의 처리절차에도 도움을 준다.
미투 운동 직후 신고 건수 가장 높아
든든은 공식 개소 전인 2017년 12월 12일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및 신고 전화를 개설, 2018년 2월부터 본격적인 상담 및 신고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의 '든든 활동 결산' 자료에 따르면 신고접수 현황의 경우 미투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직후인 3월에 가장 많은 상담 및 신고(37건)가 접수됐으며, 매월 평균 7건 가량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유형으로는 2차 피해가 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제추행(성추행)이 12건, 조건형(quid pro quo)이 4건, 기타 8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조건형 성희롱이란 성적 호의나 서비스의 제공 여부를 고용, 업무, 학업 평가의 조건으로 삼아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2차 피해란 1차적인 성폭력 피해 이후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 직장, 수사 기관 등에 입는 2차적인 피해로, 피해자에게 편견을 가지고 의심, 비난, 공격, 협박하는 말이나 행동, 글을 통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소문내는 것 등을 의미한다. 특히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경우 언론에 의한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피해자 직군 중 최다…가해자는 감독
든든에 접수된 사건에서 직군을 살펴보면 피해자/신고인이 배우인 경우가 46건으로 가장 많았고(63.8%), 스태프나 시나리오 작가가 각각 7건(9.7%)과 5건(6.9%)으로 뒤를 이었다. 감독의 경우 가해자/피신고인에 비해 경력이 짧고, 회사 직원은 상급자와의 관계에서, 영화 관련 강좌의 수강생은 강사와의 관계에서 피해를 입는 등 위계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보였다.
반면, 가해자 또는 피신고인의 직군은 가해자/피신고인이 감독인 사건이 16건(22.2%)으로 가장 많았고, 제작자나 프로듀서인 경우가 6건(8.3%), 피해자/신고인에 비해 경력이 긴 스태프와 배우, 회사 및 단체에서의 상급자(대표, 임원 등)인 사건이 각 5건(6.9%)으로 나타났다. 영화 관련 강좌의 강사와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방송/기사를 내보낸 언론의 경우가 각 2건이었으며, 기타 30건 중 28건은 악플러로 집계됐다.
든든에 접수된 71건의 사건들 중 피해자/신고인이 여성인 경우는 71건(98.6%), 남성은 1건(1.4%)이며, 가해자/피신고인은 여성 4건(5.5%), 남성 38건(52.7%), 성별을 확인할 수 없어 알 수 없는 경우가 27건(37.5%)에 달했다.
온라인 확산 및 언론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커
접수 사건들을 영화산업 및 관 영역별로 분류했을 때 2차 피해로 인한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나 인터넷(SNS, 온라인 카페, 댓글 등)에서 일어난 2차 피해는 총 신고 건수 72건 중 37건을 차지할만큼 많은 빈도수를 보였다.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가해를 하는 2차 피해에 대한 경각심과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역별 분류 중 '사적 모임', '단체', '강좌', '회사', '대학교'는 모두 영화와 관련된 것으로 영화인들의 사적 모임, 대학 내 영화 관련 전공 등을 의미한다. 영역별 특징을 살펴보면, 영화제작 과정에서는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 단계에서 발생한 사건이 가장 많이 접수됐으며 영화제 및 사적 모임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뒤풀이 등 술자리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든든은 이같은 사건 접수를 받아 사건 처리 및 피해자를 법률적, 인적으로 지원하고 영화산업 내의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이어지는 기획 시리즈에서는 든든의 활동 내용과 지원 현황, 예방 교육과 올해 계획 등을 소개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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