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칸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통해 빈부의 차이와 인간의 존엄과 예의를 이야기한다.
28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의 언론시사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은 봉준호 감독은 12살 영화광 시절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중학 1학년 때였는데, 한국 나이로는 14살이지만 프랑스라 12살이라고 했다. 월간 잡지를 스크랩하면서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을 동경했다. 그냥 영화를 동경하는 많은 아이들 중에 하나였다. 성격 자체가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 계속 해오다보니 이런 좋은 영화를 찍게 되고, 이런 좋은 배우를 만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영화 표준근로법을 준수한 작품으로의 의미를 묻자 "한국영화 표준 근로법을 준수한 작품으로 한 것이 아니라 2017년부터 이렇게 흐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규정을 지키며 작업을 했다. 해외 스태프들과 '설국열차'에서도 정확히 일하는 것이 훈련이 된 상태에서 한국에 와서 작업하는데 굉장히 좋다. TV, 드라마 쪽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빨리 정착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사회적인 소재를 그린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지리멸렬'은 찍은지 25년이 지났다. 옴니버스영화로 사회 고위층의 기행이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기생충'은 가난한 자와 부자, 우리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을 솔직하고 넓게 다뤄보고 싶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자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영화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보면 부자와 가난한 자 자체 보다는 서로에 대한 예의와 인간에 존엄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정도 지키냐에 따라 공생이냐 기생이냐가 갈라지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우식과 박소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묻자 "최우식, 박소담 두 젊은 배우가 감독인 저보다 더 잘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솔직해지고 싶었다. 마지막 부분의 최우식의 감정적인 여운을 보면, 젊은층이 잘되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지 않나. 그런데서 오는 불안감, 슬픔도 있고.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최우식이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는데, 꾸역꾸역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이 영화로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가족을 다룬 이유로 봉준호 감독은 "출발 자체가 가족이다. 기묘한 인연으로 얽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 어떨까 싶었다. 기본적인 삶을 이루는 단위이자 삶의 형편에 따라 다 형태가 다르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부터 밀접한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다루자 싶었다. 2013년에 처음 이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당시 '설국열차'를 찍고 있었다. 둘 다 부자와 가난한 자 이야기지만 좀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다뤄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어 대사에 대해 "오늘도 너무 좋다. 칸에서 통역을 거쳐 말하다가 직접 눈을 보고 얘기하니 너무 좋다.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제안을 하면 배우들과 주고니받거니 하는 것이 좋았다. 제가 영어는 그런데서 약하다"라고 말했다.
극중 주요한 소재로 쓰인 냄새에 대해 "냄새는 너무 가까운 사이어도 직접 말하지 않지 않나. 너무 공격적이고 무례한 건데, 이 영화는 아주 내밀한 이야기다. 그래서 서슴없이 얘기를 하게 된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동선이 겹치질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가정교사를 한다던가, 집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직종이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냄새를 맡을 유일한 상황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쓰여지지 않으면 이상할법한 날카롭고 예민한 도구가 냄새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공간 설정에 대해 "제 영화 중 가장 공간이 적게 등장한다. 그러니 그 공간 안에서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다채롭게 보이고 싶었다. 특히 부잣집이 가장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데, 다양한 동선, 시야가 어떻게 차단되느냐를 미리 시나리오를 쓸때부터 구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실제 건축가 분을 만나 자문을 구하니, '아무도 집을 그렇게 짓지는 않는다'라고 해서 미술 감독님이 중간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100프로 세트인데, 이냐리투 감독이 '이 집을 어디서 찾은거냐'라고 했다. 기택의 집도 모두 세트다. 영화 보신 분들이 모두 세트인 것을 몰라서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행사 말미 봉준호 감독은 "칸은 이미 과거가 됐다. 이제 진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관객분들이 생생하게 영화를 즐기셨으면 싶고, 저도 그 자리에서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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