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전국노래자랑' 출연으로 포털사이트 '실검'에 올랐다. 분홍색 시스루 의상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고, 파워풀하고 흥 넘치는 무대로 귀를 사로잡았다. "한 번 보면 두 번 보게 된다"는 트로트 가수 강소리의 이유있는 자신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스트롯'의 인기로 트로트가 '대세' 장르가 됐다지만, 사실 가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고 치열하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가수들이 오늘을 버텨내고 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강소리는 지난 8년을 트로트 시장에서 '생존'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고, 제법 이름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다. 든든한 청년(?) 팬덤도 생겼다. 강소리는 "트로트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장르"라며 "메가 히트곡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지금의 강소리를 있게 해준 원동력은 어쩌면 이같은 열정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도둑'으로 탄탄대로? 공백에 마음고생도 했죠"
강소리는 2012년 트로트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대학 클래식과에서 보컬을 전공했다. 성악부터 뮤지컬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접한 그에게, 전임교수는 트로트를 추천했다. 지역 트로트 가요제에서 대상도 받았다. 음악을 제대로 해볼까 싶어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첫 시작은 트로트가 아니었다. 2010년에 할로라는 3인조 힙합그룹으로 먼저 데뷔했으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급한' 준비였다. 이미 다 세팅돼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사랑도둑'을 만났다. 바쁘게 녹음을 하고 데뷔했다. '댄스트로트'라는 장르로 시작부터 시선을 확 끌었다. 연습할 시간도 없이 바로 스케줄을 다녔고, 행사는 쏟아졌다. 데뷔한 그 해 트로트 신인상도 탔다.
남들 눈에는 탄탄대로로 보였으나, 사실 홀로 마음고생도 했다. '사랑도둑'으로 1년 남짓 활동한 뒤 소속사 문제를 겪었다. 그는 "음악은 계속 하겠지만 가수는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부모님이 계속 트로트를 하길 원했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소속사에서도 활동 기간보다 공백이 길었다. '하와이부르스' '단둘이야' 등 노래도 나왔고 간간히 행사를 한 탓에 남들 눈에는 꾸준히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다. 강소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마음 고생은 심했는데, 남들은 잘 몰랐다. 내 의사와 상관 없이 쉬어야 한다는 게 참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팬들이 붙여준 '트로트 비너스' 별명, 팬들 80%가 남성"
우여곡절의 기간이 있었지만, 강소리는 점점 더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자신만의 색깔도 구축했다. 강소리의 음악은 '댄스 트로트'란 말로 대변돼 왔다. 화려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여 붙은 수식어다. 곡에 맞는 의상을 입고 군무를 선보였던 강소리의 무대는 단연 눈에 띄었다.
팬들이 강소리를 부르는 애칭은 '트로트 비너스'다.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남성 팬이 유독 많다. 강소리는 "보통 트로트 팬들은 어머님들이 주도를 하는데, 제 팬들의 80%는 남자다. 연차 쓰고, 월차 쓰고 온다는 분들이 많다"고 웃었다.
섹시함을 내세우는 가수도, 애교를 무기로 삼는 가수도 많다. 강소리는 자신의 무기로 '파이팅 넘치는 기운'을 꼽았다.
"저희 팬들은 1번은 가창력이라고 해주고 2번은 실물이라고 해줘요. 백날 이야기 해도 한 번을 봐야 두 번 오게 된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제가 털털하고 세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어머님' 하며 애교 넘치고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전 그게 잘 안돼요. 대신 무대에서 에너지와 파이팅이 넘쳐요. 관객석에 있는 분들이 다 박수를 칠 때까지 무대를 하겠다고 해요."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 트로트의 '감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로트를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강소리의 고민이 맞닿아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트로트를 하면서 옛날 노래를 찾아 듣게 됐는데 이상한 매력이 있어요. 트로트는 가창력보다 심금을 울리는 감정이 있어요. 음정을 맞추고 높은 음을 내고 가창력이좋으면 될 것 같은데 심금을 울려야 하니깐 쉽지 않아요. 지금도 배워가고 있는 단계죠. 노래를 맛있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짜'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메가 히트곡 목표, 유행 주도 하고 싶어"
강소리는 지난해 발표한 '미워도 사랑해'로 1년째 각종 무대를 누비고 있다. '미워도 사랑해'는 록밴드 백두산의 보컬이자 대선배 뮤지션인 유현상이 강소리를 위해 선물한 정통 트로트다. 평소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지 않다는 유현상이 후배 가수를 위해 흔쾌히 곡을 내어준 것. 그는 "목소리가 좋다며 이 곡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간 댄스트로트에 머물러있던 강소리가 한발짝 더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곡이다. 강소리는 "노래교실에서도 많이 부르고, 조회수도 좋다. 이 노래가 생명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이제 데뷔 8년차, 강소리의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그는 "요즘은 연습을 한다. 연습실에 있는 시간은 많았다고 해도, 정말 잘해보고 싶고 목표 의식을 가진 건 올해부터였다. 예전엔 회사 탓, 사람 탓을 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트로트로 '메가 히트곡'을 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도 있다. 히트곡의 기준에 대해 묻자 강소리는 "노래가 뜨면 조금 뜬 거고 사람이 뜨면 거기서 더 뜬 것이고 노래와 사람이 뜨면 메가 히트다. 이 노래가 누가 부른 노래인지 알아야 진짜 히트곡"이라며 "메가 히트곡을 내서 음악으로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유행을 주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얼마 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뒤 반응은 뜨거웠다. 실검은 물론 '시스루'라는 연관 검색어도 생겼다. 강소리는 "획일적인 패션이 싫어서 남들이 안하던 것을 도전했다. 의상도 그렇지만 용기내어 도전하고 싶었다"라며 "콘셉트가 있는 트로트를 하고 싶고 유행을 주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활짝 웃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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