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더 이상 침묵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배우 반민정이 그동안의 길고 지난한 소송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반민정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송사와 사건이 여러 건"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갔지만 반민정은 아직도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고충을 전하며 세간의 오해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에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반민정은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중 상대배우 조덕제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했다. 조덕제는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채 상대 반민정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1심과 2심을 거쳐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등을 선고받았다.
또한, 2015년 조덕제가 반민정에 대해 제기했던 민사소송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올해 5월 "조덕제가 강제로 추행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피고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음이 인정돼 원고는 피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조덕제는 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고가 명예를 훼손했다고 무고해 정신적 고통을 가중했다"고 전하며 손해배상금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반민정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인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며 "그동안 내가 침묵하면 조덕제가 반성을 하고 나도 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덕제는 개인방송을 통해 나와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을 거론하며 계속해서 거짓을 말하고 모욕하면서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난 배우라는 직업,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그러자면 흠집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데 잘못된 보도와 오해, 거짓들로 직업적인 생명에 너무 침해를 당했다. 이제는 내가 언제 내 일로, 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반민정은 이어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기 위해 가해자 주변 인물들이 철저히 공모하고 호도한 것이 의심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면서 더 이상 침묵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그들도 그만둘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5년 가량 피해를 당하면서 이제는 죽을 때까지 못 벗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과 대중조차 가짜를 진실로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언론과 대중들도 희생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생각도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침묵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싶다“라고 말했다.
반목과 송사를 거듭하며 힘들었던 순간,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저예산영화의 감독과 제작자에게 "왜 나를 캐스팅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는 반민정. "용기를 내 촬영을 하면서 연기를 할 때 만큼은 다른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었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다시 연기자, 교육자로 돌아가는 것이 내 유일한 희망"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하 반민정 인터뷰 일문일답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송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근황을 전해달라.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지만, 조덕제의 개인방송 등을 통한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있다. 먼저 조덕제+동거인 A씨의 2차 가해에 대한 기소 건이 진행 중이다. 이유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모욕+성특법 위반 등이며 근거는 항소심 선고 후 포털사이트 인터넷카페에서의 2차가해 및 대법원 유죄확정 전후 유튜브 방송 중 일부다. 또 전 소속사 대표이자 현 조덕제의 소속사 대표인 B씨의 2차가해사건(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모욕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심 선고 후 언론을 통해 조덕제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었고, 이에 조덕제의 소속사대표인 B씨가 저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기사를 보도하는 인터뷰를 했으며, 저를 먼저 연예 매니지먼트 협회(연매협)에 제소한 건과 관련된 사건이다. 연예 매니지먼트 협회에서는 오히려 B씨에게 ‘반민정에게 미지급한 개런티 등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B씨는 언론보도로 저를 '돈에 민감한 여자'라는 등 악의적으로 비방했으나, 오히려 사실은 계약서 및 사건 당시 상황을 놓고 보더라도 지불해야 할 영화 개런티 등을 미지급한 쪽은 소속사 대표였다. 조정을 앞두고 잠적했던 B씨는 그 기간에 저를 명예훼손+모욕 등으로 형사고소를 했다. 그 후 제게 개런티를 일부를 반환하고 민,형사 고소를 하지 않기로 하는 '연매협 조정안'에 서명했다. 차후에 연매협 조정안의 내용과는 다르게 저를 형사 고소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고 이에 검찰로부터 최종 불기소처분을 났다. 이 후 B씨의 형사고소에 대해 제가 대응한 고소 건은 현재 조사 중이다.
다른 건으로는 김모씨(기자) 무고 등 사건이 있다. 저를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정한 사건과 허위비방 기사 건에 대해 고소하였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사유는 김씨가 2016년 당시 조덕제 부부가 초안을 작성한 고발장을 보고 '허위라는 인식 없이' 작성한 것이라는 의견이 주였다. 이에 대해 저는 항고한 상태다."
"특히 이 건과 관련해서는 불기소처분 후 고소인의 권리 중 하나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등을 신청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조덕제가 이제껏 언론에서 말한 것과는 다르게 이재포, 김모씨와 함께 초기부터 조덕제 성폭력 사건 재판에 대한 대응을 함께 해 왔으며, 각종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을 서로 주고받았고, 기사 및 고발장, 진정서의 작성 등을 서로 논의해 왔음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최종 유죄판결을 받은 조덕제가 반성은커녕 현재도 개인방송을 통해 나를 비롯한 다른 피해자까지 거론하며 2차, 3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 이것이 재판으로 최근에 회부되었고, 또한 동거인 A씨도 약식기소가 아닌 정식으로 재판에 넘어갔다. 이것은 검찰이 A씨에 대해서도 죄질이 악의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2차 가해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피해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조덕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허위내용을 포함한 동영상과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SNS와 개인방송에 올리고 있다. 그 행위 때문에 아직도 대중들은 이 사건에 대해 오해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조덕제가 SNS, 개인 방송 등에 “성폭력 영상을 올린다, 이것으로 유죄 받았다.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며 영상을 올려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 영상이 인기 동영상으로 퍼져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 영상은 성폭력이 일어나기 전, 다시 말해 사건 ‘영상의 앞 부분’만을 자른 것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조덕제가 올린 이 허위영상으로 여전히 사건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외에도 메이킹 영상 및 사건영상 등에 대한 검증 없이 저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었다는 허위사실 유포, 모욕 등 조덕제가 유죄확정 후에도 올리는 성폭력 사건 재판에 대한 각종 허위사실 때문에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내 사생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일명 '식당사건/병원사건' 등 조덕제가 이재포, 김모씨와 공모해 작성하고 게시한 가짜뉴스들로 인해 내가 마치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각종 '갑질'을 해왔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이나 여성단체 등 배후를 이용해 재판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허위사실 유포하고 있다. 제가 그런 힘이 있었다면 1심에서 조덕제에게 무죄가 선고될 리가 없지 않느냐. 이 조덕제의 지속적인 거짓말로 진실이 가려져있다."
-대법원 승소 이후에 새로운 정황 및 사실관계가 드러난 정황 증거를 입수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조덕제는 수년간 언론에 계속 거짓말을 하고, 또 수시로 관련 내용을 번복하기도 했다. 조덕제는 이재포의 구속(2018년 5월) 이후 언론에 2차례 입장문을 게시, 이재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왔으며, 각종 수사기관에서도 처음에는 부인하는 취지로 말하다가 물증이 나오자 연관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다. 의정부지검, 서울남부지검의 수사기록 등에서 이재포, 김모씨가 언론사 입사(2016년 6, 7월) 전부터 조덕제와 그 동거인 A씨를 지속적으로 만나 조덕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을 해 왔다는 것을 이재포와 김모씨의 진술조서, 김모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드러났다."
"이재포, 김모씨는 언론사 입사 후 조덕제로부터 건네 받은 각종 수사 및 재판기록(피해자 인적사항 등이 담긴 자료 등)을 건네받아 그것을 토대로 5편의 가짜뉴스를 작성했고, 그 결과물을 또다시 조덕제에게 넘겼으며, 그 전 과정에 대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 상태다. 이재포, 김모씨는 2019년 수사기관 조사과정에서 이전까지 소극적 인정(가중처벌 우려)에서 그치던 자세에서 벗어나 조덕제와 그 동거인 A씨와의 공모관계에 대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재포, 김모씨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깨달았고 제게 피해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 작성한 가짜뉴스와 수집한 자료들이 조덕제 1심 재판에 ‘피해자 흠집내기용’으로 쓰였으며, 이제 와 생각하면 자신들이 ‘조덕제에게 이용 당한거 같다’고 했단다. 그들이 어떤 이해관계로 감옥까지 감당할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은 처참히 짓밟혔다. 너무 상처를 받았지만 그들의 반성이 진심이기를 바란다."
-사건 이후 배우로서의 커리어나 금전적 손실도 컸을 것 같다
"사건 이후 피해자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캐스팅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실제 캐스팅이 된 작품이 있어도 방송사 게시판에 2차 가해자들이 몰려 비방하고 하차를 요구하는 악의적인 글을 써서 실제 연기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2015년 사건 이후 연기, 강의 등 수입원들이 거의 막힌 상태라 금전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5년 동안 연기자로 생활하며 모은 돈도 재판에 모두 쓴 상태다. 수입은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추가가해를 하고 있는 조덕제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비용 등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바이트 하는 작은 수입도 다시 사건 진행으로 소진한다. 물리적 금전적 피해 이외에 정신적, 육체적 피해 정도도 심각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무너진 건강상태를 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상태다.조덕제가 '보복성 고소'의 형태로 먼저 제기(2015년 8월)한 소송에 대한 반소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 한정해 금전적 손해배상 3000만원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조덕제는 그 금액에 대한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했다는 건가?
"그렇다. 형사소송에서의 '벌금'과는 다르게, 민사소송의 '손해배상금'은 배상해야 할 주체(조덕제)가 배상을 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의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덕제는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하는 등의 금전적 여유는 분명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판결한 배상금 지급은 하고 있지 않다. 민사소송은 벌금이 아닌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을 하는 것이라 가해자가 나에게 피해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난 받을 방법이 없다. 조덕제는 지금 그 어떤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있지 않다. 이번 기회에 조덕제가 배상금 지급을 꼭 이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지급받게 되면 소송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단체에 전액 기부할 생각이다."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이영훈 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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