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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코피…봉준호 '기생충', 장인정신으로 일군 '오스카 4관왕'(종합)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주역들이 오스카 4관왕의 소감과 함께 향후 계획, 각오를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주역들이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지난 10개월의 여정 동안 세계 영화제를 석권하는 동시에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 감독상,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 금의환향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제작발표회가 1년이 되어가는데,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다가 여기 오게 되어 가사드린다. 기분이 묘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봉준호 감독과 약 6개월 동안 일정을 함께 한 송강호는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영광된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또 한국 영화 '기생충'을 통해 전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배우들 모두 기쁜 마음을 드러내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적은 예산으로 인해 열정으로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실제로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열정으로 다했다"며 "정확하지 않지만 인터뷰 600개, 관객과의 대화 100개 정도를 진행했다. 다른 영화들은 물량공세를 했지만 저희는 아이디어와 배우들끼리 뭉쳐서 팀워크로 모든 것을 커버했다. 이런 식으로 작품을 깊이있고 밀도 있게 검증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아카데미로 피날레를 장식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압축해 설명했다.

이에 송강호는 "미국 처음에 갈 때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 아무 생각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6개월 동안 최고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나누고 작품을 보는 과정을 가지다 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됐다"며 "상을 받아서라기 보다는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는지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워왔다. 6개월을 지난 시점에서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도 받는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코미디 적인 것도 있지만 빈부사회의 씁쓸하고 쓰라린 면도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를 해야 하는 영화였다. 그 부분을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달콤한 장식으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라며 "우리의 시대를 솔직하게 그리려 했던 것이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함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이전부터 북미에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호응을 받고 있던 것이 기뻤다. 수상 여부 떠나서 전세계 호응을 받은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라며 "여러나라에서 왜 호응을 해줬는지는 시간을 두고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저의 업무는 아니다. 저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 것 같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가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봉준호 감독은 현재 두 편의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생충'과는 관련이 없다 평소 하던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생충'도 평소해왔던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찍은 영화인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목표를 가진 건 아니다. 완성도 있는 영화를 성성껏 만들자는 것이었고 그 기조가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된 '기생충' 미국 TV 드라마 시리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동시대의 빈부격차 이야기다.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로 더 깊게 파고들어갈 것 같다. 길게 가는 것이 아니라 다섯, 여섯 에피소드로 완성도 높고, 밀도 높은 시리즈를 만들려 한다"고 전하며 "아직 초기 단계다. '설국열차'도 5년 여 만에 방송이 된 것을 보면 이번에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차근차근 준비해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편지를 받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감독님께서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모두가 차기작을 기다리니까 조금만 쉬어달라'고 써주셨다. 영광이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배우 조여정이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또 "'옥자' 끝났을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찍었다. 촬영보다 더 긴 오스카 캠페인도 했다. 이제 끝이 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면서도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인 건 맞다. 쉬어볼까 생각하지만 스콜세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셔서"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 모두 이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욱 열심히 연기에 임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영화적 사건으로 기억되는데, 영화 자체가 기억되길 바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될거라 생각한다"며" 배우들의 연기, 스태프들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고민들이 있다. 영화 자체로 많이 기억되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오는 20일 청와대의 초대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기생충' 흑백판은 오는 26일 개봉된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사진 정소희 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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