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관한 우스개 소리로 시작해 보자. 정수리 부분이 빠지는 분들은 머리가 좋고, 앞머리가 빠지는 분들은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머리와 정수리 모두 빠지는 분들은 본인이 '머리가 좋다'고 ‘걱정을 많이 해서’ 빠진다고 한다.
언어는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전달하고자 긴 단어를 짧은 단어로 줄이려는 성향을 띈다. 우리말에도 셀카(셀프 카메라), 마상(마음의 상처), 갑뿐싸(갑자기 분위기 사해짐)등과 같이 재미까지 더한 짧은 표현들이 많다. 영어에도 많은 약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콤보 combo(combination), 아이디 id(identification), 베지스 veggies(vegetables), 파마 (perm -permanent), 쉐이드(shades -sunglasses)와 같은 일반명사 뿐만 아니라 비멀(Beemer- BMW 차), 필리(Philly - Philadelphia), 빌(William), 리즈(Elizabeth)과 같이 고유명사도 줄인다. 한국이름은 주로 두 자 혹은 세 자이므로 굳이 줄일 필요가 없지만 영어 이름은 긴 경우가 많으므로 짧게 줄여 사용한다.
여기서 우리말에 ‘파마’라고 발음하는 것은 영어 단어를 ‘perma’까지 읽은 것으로부터 생겨난 단어이나 실제로 영어에서는 ‘a’를 빼고 /퍼r음/과 같이 ‘perm’까지만 발음해야 한다. 문장표현으로는 ‘I got a perm.'(나 파마했어.)라고 하면 된다.
여기서 요즘 헤어 스타일의 트랜드인 단발 머리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자. 긴 생머리가 여성미의 트레이드 마크가 더 이상 아닌 듯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배우들이 짧은 단발머리로 등장해 상큼 미와 귀요 미를 더해 주고 있다. 그들의 상큼한 변신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머리 스타일은 한번 바꾸면 기르기까지 장시간이 걸리므로 큰 변화를 줄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직선적으로 말하자면, 예쁜 얼굴은 뭘 해도 예쁘다는 것을 걸 명심하고 본인의 헤어 스타일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단발 머리는 영어단어로 ‘bob’이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인 듯한 이유는 남자이름인 Robert의 애칭으로 Bob, Bobbie, Bobby라는 이름으로 자주 들어 봤을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패션 리더였던 유명한 댄서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아이린 캐슬(Irene Castle) 이였다. 자신의 이름을 ‘캐슬 밥'(Castle Bob) 이라고 바꿔 소개하면서 짧은 단말머리를 하고 등장하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헤어 스타일이 급속도로 미국 전역에 유행하게 된다. 그 후로 그녀의 이름 이였던 고유 명사가 단말머리를 의미하는 일반 명사가 된 것이다. 문장으로 ‘She looks great with bobbed hair.’(그녀는 단발 머리가 잘 어울린다.) I like her bob hair.(나는 그녀의 단발머리가 마음에 들어.)라고 하듯 단발머리를 bob hair, bob, 또는 bobbed hair 라고도 한다.
1990년 MBC에서 방영한 '행복한 여자'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호섭이’라는 캐릭터가 한 바가지 머리를 아직까지 ‘호섭이 머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바가지 머리는 영어로 a bowl cut이라고 한다. 서양인은 머리가 작아서 그런지 bowl(오목한 그릇)이 머리에 씌워지나 보다. 또는 버섯모양처럼 생겨 a mushroom cut 이라고도 한다.
따뜻해 지는 날씨 때문에 긴 머리가 다소 무겁게 느껴져 단발머리를 하고 푼 충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패션은 헤어 스타일에서 완성되므로 오랫동안 길러 왔던 긴 머리를 여배우와 비슷한 상큼 미로 변신하고자 싹둑 자르다 간 자칫 콩순이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고 남자분들은 바가지 머리를 시도 하다 자칫 버섯돌이가 될 수도 있으니 머리 스타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청도대원학교 국제부 영어 교사와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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