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스타로 입지를 굳히면서 포스트(POST) BTS는 누가 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BTS와 더불어 내일을 이끌어갈 '다음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아이랜드'를 통해 탄생된 엔하이픈이 그 주인공이다. 태생적 특성상 'BTS 동생 그룹' '제2의 BTS'로 불려왔다. 과연 이들은 빅히트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빅히트는 BTS와 함께 가요 엔터업계 빅3인 SM, YG. JYP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TXT, 스포트라이트 받은 'BTS 첫 남동생'…엇갈린 평가
빅히트는 단일 아티스트(BTS)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개선에 힘썼다. 레이블 계열에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아티스트들이 소속돼 있다. TXT와 엔하이픈은 BTS를 성공 시킨 빅히트의 보이그룹이라는 점에서 업계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 데뷔한 TXT는 시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회사만 믿고 열심히 하라"고 했던 방시혁 빅히트 대표의 자신감처럼, 그 해 쏟아진 신인들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신인상 2관왕을 포함해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0위 랭크 등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TXT는 BTS의 성공 비결 중 하나였던 독특한 세계관도 선보였다. 데뷔 앨범 '꿈의 장: STAR', 정규 1집 '꿈의 장: MAGIC' 그리고 올해 5월 발표한 '꿈의 장: ETERNITY'에 이르기까지 나와 다르면서도 닮은 친구들을 만난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그리고 있다.
각 앨범의 유기적 스토리와 상징, 메시지를 통해 TXT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멤버들이 전원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던 BTS와도 닮았다.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꿈의 장: ETERNITY'로 세계 50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 일본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및 주간 앨범 차트 1위, 첫 주 음반 판매량 18만장을 돌파하며 주목 받았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빅히트 본사에서 또다른 세계관과 '스토리'를 반영해 키워낸 신인그룹 TXT는 앨범판매량에 입증되는 팬덤구축, 구독자수 등 다양한 지표에서 BTS의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TXT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보이그룹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이지 못했다는 업계 반응도 적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TXT가 가시적인 성과를 떠나, 무슨 세계관을 갖고 팬덤을 공략하는지 명확하게 안 보인다고 생각한다"라며 "스토리텔링이나 세계관을 더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BTS는 자아의 발견과 성장이라는 서사를 갖고 자체 프로듀싱도 하고 SNS로 소통을 자발적으로 했다"라고 비교하며 "TXT 또한 자생력이 있어야 하고, 스스로 자기 진화를 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 빅히트가 작정하고 만든 슈퍼 신인 '엔하이픈'
엔하이픈은 빅히트가 작정하고 만든 '슈퍼 신인'이다. 빅히트와 CJ ENM이 손잡고 '제2의 BTS'를 뽑겠다고 강조했고,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자본력과 팬덤 등으로 시작부터 '완성형 아이돌'이 기대됐다.
Mnet 'I-LAND(아이랜드)' 파이널 생방송에서 이희승, 니키, 제이크, 제이, 양정원, 박성훈, 김선우 등 총 7명의 최종 데뷔조 엔하이픈이 결정됐다. 이들은 BTS를 탄생시킨 방 대표의 프로듀싱을 거쳐 글로벌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다.
'아이랜드'는 기대에 비해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방송이 진행될수록 화제성은 컸다.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는 '아이랜드' 글로벌 온라인 생중계 누적 시청자 수 또한 11회까지 약 3400만을 기록했고, 177개국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매주 방송 직후 다양한 국가의 SNS 트렌드에 프로그램명 혹은 지원자의 이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공식 SNS 개설 48시간 만에 트위터의 팔로워가 71만 6천 명을 넘어섰다. 여러 수치로 '아이랜드' 데뷔조가 글로벌 아이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이랜드'를 연출한 김신영 PD는 "이미 방송에 대한 반응과 다양한 수치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이 증명됐다"라며 "방송을 통해 아이랜더 각자의 캐릭터와 서로간의 관계성, 실력 등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데뷔 전부터 팬덤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2의 BTS'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김PD는 "BTS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그룹이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방 대표의 프로듀싱을 거쳐 데뷔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라며 향후 이들의 성장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숙제는 선순환"..."후광효과보다 자생력이 관건"
TXT와 엔하이픈은 중소기획사의 아이돌로 출발했던 BTS와 달리 시작부터 특급 지원을 받았다. 빅히트의 기획력과 인프라를 쏟아부었다. 아티스트별 세계관, 스토리를 설정하고, 마케팅 전략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여기에 빅히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위버스 플랫폼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와의 소통은 물론 연결고리 강화로 팬덤을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소속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구독자수는 총 1,353만명(확인)이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대부분이다. BTS는 673만 명, TXT는 263만 명에 달한다. 방송을 통해 대중에 노출된 아이랜드는 구독자수가 264만 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구독자 수는 BTS 팬덤의 낙수 효과가 있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인해 연구원은 "앞으로의 숙제는 '내리사랑', '선순환'이다"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BTS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 세계관을 접목시켜 육성시키고, BTS를 기반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TXT와 엔하이픈이 소속사의 기획력이나 'BTS 후광효과'에 기대기보다 팀 정체성과 색깔을 갖고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김헌식 평론가는 "예전에는 기획사의 물량 공세가 통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다"라며 "모바일 문화가 되면서 상호작용이 중요해졌다"고 최근의 아이돌 팬덤 경향을 짚었다.
김 평론가는 "YG는 빅뱅 의존도가 높았지만 그 와중에 블랙핑크가 나왔다"라며 "블랙핑크는 자기 진화성이 강한 팀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라고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BTS와 후배 그룹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팀의 자생력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소속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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