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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다시 돌아온 네 딸…'부모님의 시간' 되짚는다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부모님 집에 출가한 네 딸이 다시 돌아왔다. 집은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12일부터 16일까지 오전 7시50분에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부모님의 시간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꾸며진다.

'인간극장' 12일~16일 방송분. [사진=KBS]
'인간극장' 12일~16일 방송분. [사진=KBS]

함양 지리산 엄천골 딸부잣집의 아버지 박차영(84)씨와 어머니 박정희(79)씨 부부. 이들은 60여 년 전 함양, 산천 인근에선 다 알만한, 불같은 사랑을 했던 유명인사였다. 무군쟁이, 없을 무(無) 마을 군(郡), 연고가 없는 사람. 떠돌아다니며 기술로 벌어먹는 사람, 그 옛날, 마을에선 아버지 박차영씨를 그렇게 불렀다.

아버지는 13살 나이에 부모를 잃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동생들을 부양했다. 그러다 닥종이를 뜨는 기술을 익혔고, 마을을 전전하며 한지를 만들었다. 가진 것은 없어도 영민하고 치기 어렸던 아버지는 용감하게 주인집 딸을 사랑했고, 급기야 야반도주해 큰딸을 낳고 나서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방앗간 두 개와 한지 공장을 운영하던 마을 유지의 장녀, 인물 곱고 중학교까지 나온 어머니 박정희 여사는 그렇게 무학자이자 무군쟁이와 결혼하고 1남 5녀, 6남매를 낳았다.

세월이 흘러 6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고향 집엔 다시 부부만 남았다. 불같던 로맨스로 결혼했지만, 평생을 앙숙처럼 살았던 박차영, 박정희 부부, 그 적막하고, 냉랭하던 집안에 다시 자식들 소리로 떠들썩해진 건 지난해, 둘째 정순(55)씨를 시작으로 결혼해서 아이들을 다 키운 네 딸이 차례로 부모님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다. 귀농이 꿈인 둘째 정순씨가 농사의 큰 그림을 그리면 창원에서 사업을 하던 큰딸 현순(56)씨의 통 큰 진두지휘 아래 셋째 인순(53)씨와 넷째 해순(50)씨가 진주에서 새벽 출근을 하며 농사를 짓는다.

일찍 출가해 사이좋게 1남 1녀씩 낳아 키운 후, 네 딸은 다시 친정집으로 돌아왔다. 자고로 제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아는 법, 집에 오고 보니, 부모님의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뜨겁게 사랑했고, 더 뜨겁게 싸우며 평생을 살았던 부모님. 배고픔에 동생을 둘이나 떠나보낸 아버지는 평생 부지런히 일해 돈에 곰팡이 필 정도로 절약했고, 부잣집 맏딸이었던 어머니는 평생 밭일을 하며 6남매를 키워냈다.

'인간극장' 12일~16일 방송분. [사진=KBS]
'인간극장' 12일~16일 방송분. [사진=KBS]

아버진 가난하고 절박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여전히 눈물짓고, 어머닌 그런 각박한 남편 때문에 서러웠던 마음을 토로한다. 부부의 세계는 알 수 없으나, 아버진 아버지 대로 어머닌 또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여섯 자식을 아끼며 키웠다. 격의 없이 자식들을 대했던 아버지와 꽁보리밥 도시락에도 매일 다른 반찬을 넣어주며 자식들 기를 세워줬던 어머니. 어느덧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되어버린 부부는 자식들에게 당신들의 삶을 조금씩 털어놓고, 네 딸은 부모님의 인생길을 더듬어가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농사일이라면 어깨너머 본 것이 많다, 자부했던 딸들은 올봄 겁도 없이 고추 5천 주를 심었고, 고구마밭도 400평을 일궜다. 봄에는 고사리 꺾고, 모종 심는 재미로 한철을 보냈고, 여름엔 뙤약볕과 태풍 사이를 오가며 허리가 휘도록 농사를 지었다. 기나긴 장마와 태풍, 노련한 농부에게도 힘들었던 지난여름을 보내고 맞는 첫 번째 가을, 부모님이 있어 돌아와 뭉칠 수 있었던 네 자매는 부모님 앞에 큰절을 올린다. 그리고 농산물 창고 개관식 날, 그동안 기록한 부모님의 인생을 사진으로 편집해 보여드린다. 세상 모든 자식들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부모님의 시간'을 함께 걸어 본다.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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