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지난 추석 연휴 '가황' 나훈아가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9월30일 방송된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나훈아는 150분간 29곡을 소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고통받는 대중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젊은 세대를 홀리고 정치권을 들썩이게 했다. 소위 '나훈아 신드롬'을 일으킨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전후를 차분하게 돌아본다. 또 기존 언택트 공연과의 차별화되는 지점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가수 나훈아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가황', 말 그대로 가요계의 황제라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는 대한민국은 단 한 번도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 적 없는데 어불성설 표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제국을 호령한 군주로서의 의미를 덧붙여보면 나훈아가 짧은 공연 하나만으로 얼마나 큰 임팩트를 남겼는지 짐작 가능하다.
지난 달 30일 KBS 1TV에서 방송된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말 그대로 '나훈아 신드롬'을 다시 일으킨 방송이었다.
◆ 이 노래가 그 노래였어?→'테스형'까지 광풍
'어르신들은 왜 다들 나훈아, 나훈아 하는걸까' 궁금해하던 젊은 세대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고, 중장년층은 히트곡 가득한 공연으로 나훈아를 향한 그리움과 갈증을 씻어냈다.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직설적인 화법은 때아닌 정쟁까지 유발하는 사태를 만들어냈다.
나훈아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50년이 넘는 가수 인생 히트곡을 총망라해 무대를 꾸몄다. '사내' '홍시' '고장난 벽시계' '자네' '무시로' '사랑' '잡초' '갈무리' '18세 순이' '아담과 이브처럼' '고향역' 등 나훈아의 인생 대표곡들을 국악 클래식 포크 헤비메탈 힙합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했고, '명자!'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테스형!' 등 지난 8월 발표한 정규 앨범 수록곡 무대까지 선보이며 50년 간 현역으로 활동해온 저력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나훈아가 어색한 젊은 층도 완벽한 라이브와 웅장한 무대가 곁들여진 공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노래가 그 노래였어?"라는 식의, 뒤늦게 알아챈 명곡에 감탄을 이어가는 반응도 부지기수였다. 특히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을 묻는 노래인 '테스형!'의 경우 독특한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젊은 층의 화제를 이끌어냈고, '테스형!'은 트로트 차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 중이다.
나훈아의 공연이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29.0%를 기록한 가운데 그가 방송에서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날 선 '작심발언'까지 화제에 올랐다.
나훈아는 "옛날 역사책을 보면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다. 바로 여러분이 이 나라를 지킨 것이다"라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이라 말하며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 위로
정치계도 나훈아의 발언을 거론하며 각자 다른 논평을 내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나훈아는 착한 국민, 지친 국민, 자꾸 눈물이 나는 국민들께 '대한민국의 주인은 여러분'이라고 말한다. 언론이나 권력자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가 남긴 대한민국 어게인의 키워드"라는 글을 남겼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나훈아가 우리 마음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줬다. 제1야당에 부과된 숙제가 명확해졌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 측은 야당이 나훈아의 발언을 곡해한다며 그의 발언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젊은 세대에게도 불어든 '나훈아 신드롬'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나훈아 신드롬'의 탄생은 사회, 문화 전반에서 엄청난 이슈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젊은 세대에서도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훈아 음악의 세련된 멜로디와 깊이 있는 가사, 나훈아가 선보이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 등은 '나훈아 세대'를 넘어 젊은 세대에게도 색다른 위로를 전하기 충분했다.
◆ "나훈아를 모르는 세대에까지 신선한 충격 "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화 주체로서의 나훈아, ▲문화 객체로서의 나훈아의 음악, ▲수용하는 대중, ▲사회 분위기를 종합해 '나훈아 신드롬'을 분석했다. 허 교수는 "공연으로만 만날 수 있던 '은둔형 스타' 나훈아의 공연은 전세대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고, 나훈아 노래의 가사가 삶을 성찰하고 주체에 대해 자각케 해 삶의 본질을 건드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을 통해 트로트가 젊은 층의 문화 소비 상품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젊은 층도 나훈아의 음악을 거리낌 없이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국민에게 현실에 대한 울분이 잠재돼 있고, 국민 정서와 유리된 정치가 이를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훈아의 발언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김성환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연히 70대 가수가 선보일거라 생각했던 정적인 공연이란 통념을 깨부순 나훈아는 '나훈아를 모르는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라 평했다.
또 "사회적인 이슈를 가감 없이 건드리며 국민을 리드하는 모습은 나훈아의 연륜이었기에 가능했다"면서 "국민의 힘과 의지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는 나훈아는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국뽕'을 선사한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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