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연우진이 상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위로를 전하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돌아왔다.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영동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종관 감독, 배우 연우진, 이주영, 윤혜리가 참석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조제'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등을 통해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감성적인 영상미를 전한 김종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우진은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으로 분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길 위에서 길 잃은 이야기를 수집한다. 김상호는 카페에서 창석과 우연히 재회하는 사진가로 등장해 희망에 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주영은 창석이 들른 바의 바텐더이자 손님들에게 기억을 사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윤혜리는 창석의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페르소나' 속 에피소드 '밤을 걷다'로 김종관 감독과 인연을 맺은 이지은(아이유)이 커피숍에서 만난 시간을 잃은 여자로 우정 출연했다.
'더 테이블'에 이어 김종관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된 연우진은 "감독님과 작업하는 순간 순간은 감동이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감독님과 만나고 작품을 하는 순간은, 가만히 서서 시간과 순간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작업이다"라며 "연기자로서 많이 편해지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감독님을 통해 얻게 됐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더 테이블'에서 느꼈던 즐거운 기억을 이번엔 제가 베풀고 싶었는데 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전했다.
평소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의 본 모습이 나올까봐 경계하기도 했다고. 그러면서 "마음 속을 비워내려고 했다. 바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서 꾸며낸 모습이 많았는데 그걸 없애고 비워내는 과정이었다"라고 준비과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살포시 발을 얹는다는 마음이었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에 이어 종로구 3부작이 아니냐고 하는데, 감독님이 잘 알고 익숙한 장소에서 촬영하고 새로운 형식과 글을 보면서 감독님이 더 자유롭게 표현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김종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감독님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한다기 보다는 소소하게 서로의 분위기를 캐치했다. 한번은 위스키 바에 둘이 갔는데 재즈를 들으면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창석의 색깔을 이런 톤으로 잡으면 되겠다는 영감을 얻었다"라며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적적함과 고독감이 큰 미장센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연우진은 극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지은, 김상호, 이주영, 윤혜리 등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서 그걸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주영은 "부드러운 힘과 매력이 있다.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재미있게 작업했다"라고 화답했다. 윤혜리 역시 "편안하게 해주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 혼자 '대학 때 좋아했을 것 같은 선배'라는 설정을 넣었다. 몰입을 하기에 좋은 훈훈한 선배님이었다"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전작에 이어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김종관 감독은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만나 심적인 변화를 느낀다. 창석이 여러 사연과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차이가 있고, 영화로 만들 수 있는 표현을 고민했다"라며 어둠, 그림자의 영역을 비추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시국에 잘 어울리는, 거리두기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거리에 아무도 없고, 죽음과 늙음 등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슬픔에만 잠기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때로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보면서 삶을 얘기할 수 있고, 늙음의 서글픔도 있지만 같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조금의 희망과 위안을 얻고 생각할 수 있는 가치를 얻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지은을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잡은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페로소나' 인연으로 이지은에게 제안을 하게 됐다"라며 "'밤을 걷다'에서 다뤘던 이야기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졌고 고민해서 자매품 같은 느낌의 성격이 있어서 이지은에게 의논을 했다. 캐릭터도 이어져 있는 느낌이 있어서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의미를 보태준 것 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연우진은 "삶의 또 다른 부분인데 상실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파동이자 위로"를 영화의 매력으로 꼽았다.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