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장르물의 대가 김홍선 감독이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방점을 남겼다. 차별화된 연출, 그 속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로 드라마 마니아를 사로잡았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이하 '루카')은 특별한 능력 때문에 쫓기게 된 지오(김래원 분)가 유일하게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강력반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 분)과 함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추격 액션극.
극 중 지오는 존재의 이유였던 구름을 잃고 '인간은 옳은 존재가 아니다'라는 답을 내리고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을 선택하며 막을 내렸다. 특히 홀로세(현생인류)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지오와 마침내 탄생한 신인류, 끝이 아닌 위험한 신화의 서막을 여는 엔딩으로 기존의 틀을 깨부수며 전율을 일으켰고, 동시에 깊은 여운을 안겼다.
OCN 드라마 '보이스' '블랙' '손 더 guest' 등을 연출했던 김홍선 감독은 이번 '루카'에서 차별화된 연출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 쾌감, 휘몰아치는 추격 액션 속 지오의 성장과 변화를 예리하게 잡아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자아냈다.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새로운 장르의 도전이었다. '루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루카'의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 구조가 제일 큰 매력이었다. 이건 듣도 보도 못한 드라마다.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벗어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일반 방송 채널에서 하는 게 쉽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시도이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루카'의 기획 의도와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욕망의 실체화인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하고 싶었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도 아닌 불행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지오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의 끝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앞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으시는 게 '도전'이라고 하셨다. 그 도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신 것 같나
도전은 실패해야 재밌을 것 같다. 그래야 또 도전하니까. 저는 모두가 안전하게 하산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는 '루카'와 같은 장르물에 앞으로 더 많은 투자와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새로운 OTT 등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있으니 이런 시도가 더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여태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장르의 도전이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루카'는 기존 한국 드라마보다 CG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CG 부분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루카'만의 특별한 소재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적인 부분과 SF의 판타지적 장르 사이에서 적절한 수위를 잡기 위해 노력했고, 관계자들과 CG 콘셉트부터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더 '루카'는 배우들이 뭔가 무형의 적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어느 것 하나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들한테 좀 더 쉽고 간결하게 작품을 하게 해줘야 하는데 감독으로서 미안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잘 따라와 줘 고맙다.
독창적인 소재, '인간'에 대한 생각, 파격 엔딩까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루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인간의 이기심과 팬데믹, 기후 환경도 모두 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이런 걸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했다. '루카'에 나타난 세상이 우리네 세상과 닮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씁쓸하고 답답하지만 그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르물 특성상 중간 유입이 어려웠음에도 종영까지 꽤 높은 시청률인 6%대를 유지했다. 더 많이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
장르물이 가지는 어려움이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쉬움은 어떤 작품이든 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시청자분들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나왔다면, 그건 우리가 이 정도인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에 더 즐겁게 만들겠다.
배우들의 연기에 디렉팅을 한 부분과 만족하셨던 점은 무엇이었나
배우들이 극 중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충돌하는 장면들을 정말 잘 살려줬다. 구름이와 지오의 대립, 지오와 이손의 대립 등. 배우들의 표정과 목소리 등 미세한 점들이 이러한 대립 장면을 살아나게 했다. 특히 지오나 구름은 액션히어로가 아니라 처절히 몸으로 자기가 가진 걸 가지고 대항해내는 인간적인 캐릭터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내면의 연기를 해줄 배우가 필요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다. 두 배우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해줬다. 몸을 사리지 않고 명품 추격 액션극을 완성해준 김래원, 이다희 김성오, 김민귀, 정다은 등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엔딩이 파격적이었다. 이러한 결말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코로나 시대에 많은 분이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원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루카'는 코로나 이전부터 기획된 작품이었다. 애초에 정의롭기만 한 주인공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내용은 다루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저는 지오가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히어로도 아니다. 굳이 정해야 한다면 다크 히어로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루카'에서 괴물들은 지오를 둘러싸고 욕심을 이루려 하는 인간들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지오 행보가 빌런의 행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오가 새 신화의 서막을 알리며 열린 결말을 맞았다. 시즌 2를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은데. 만약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가
부제 때문에 시즌 2를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만든 이야기는 아니었다. 원래 제목은 '루카'였지만, 촬영을 다 하고 나니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의 시발점일 수도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 제목에 '더 비기닝'을 붙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2는 안 하자'라는 주의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누가 이어서 시즌 2를 만들어 간다면 저도 엄청나게 기대된다.
차기작으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연출을 맡게 되셨다. 이 작품에서는 어떤 세계관을 보여주실 예정인가
'루카'에서는 인간의 욕망의 실체인 이기심을 말하려 했다면, '종이의 집'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사랑을 말하고 싶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미묘함을 찾고 싶다.
계속해서 장르물 연출을 맡는 이유가 있나. 앞으로 어떤 세계관과 연출에 도전하고 싶나
앞으로 하게 될 '종이의 집' 연출이 상당히 기대되고 설렌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아마도 장르적 도전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세계관을 더 넓히고 싶어서 좋은 작품을 고르는 중이다. 존재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춘 작품이기만 한다면 어떤 유형도 괜찮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