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도저도 아닌 B급 영화 '썰'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B급 영화'라고 함은 퀄리티는 떨어지나 A급 못지않은 매력을 가진 작품을 일컫는다. 그러나 'B급 코믹'을 내세운 '썰'은 단 한 번도 웃음과 그 어떠한 매력도 발산하지 않고 불쾌감만 선사한다.

3일 개봉한 '썰'은 일주일에 200만 원이라는 '꿀'아르바이트를 찾아 외진 저택으로 모인 이들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풀다가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공시생 정석(강찬희)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산장을 방문, 이빨(김강현)과 만난다. 아르바이트 관계자인 줄 알았던 이빨 또한 아르바이트생이었고 VVIP를 돌보다 남는 시간에 '썰'을 풀게 되면서 영화의 본질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품의 유일한 여자 캐릭터 세나(김소라)는 이빨이 산장으로 부르는 유흥업소 직원이다.

영화는 친한 친구가 "내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말이야"라고 경험담을 풀어놓을 때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는 순간을 노렸다. 이빨과 세나는 자신이 겪은, 혹은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놓는다. 정석은 이빨의 이야기를 관심 없다는 듯 반응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래서 진짜예요?"라고 다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고 저급함의 극치라는 것이다. 특히 영화 초반에 풀어지는 유흥업소 직원인 세나에게 '전설의 10초녀'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그 별명으로 내기를 했다는 소문은 이빨의 입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그저 일부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불쾌한 음담패설에 지나지 않는다. 초반부터 대본에 적혀있었는지 알 수 없는 '쫄깃한 XXX'라는 대사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돈다. 불쾌하기 짝이 없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2021년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맞나'하는 생각만 들 뿐이며 듣기 싫은 말에 귀를 씻은 영조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귀를 씻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질 대사에 질 수 없다는 듯 연출도 한몫한다. 짧고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세나의 온몸 구석구석을 카메라가 훑고 조명한다. 세나를 겁탈하려는 이빨, 정석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스킨십으로 접근하는 세나의 장면도 덤이다.

들려오는 이야기가 저급하니 그들이 푸는 썰에 집중이 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진짜와 거짓말을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혼선이 생기고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이 와중에 호러, 퇴마, 판타지 요소를 넘나들고 영화가 후반부로 향할수록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극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실제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인 사이비 종교, 재벌의 재산 다툼, 위장 자살 등과 관련 있는 이들로 그려진다. 당시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보도 내용을 소재거리로 삼은 이유에 황승재 감독은 "최근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보다 재미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며 "영화를 통해 이런 생각을 관객과 나눠보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의도는 좋으나 표현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러 작품에서 맛깔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던 김강현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썰'이 스크린 데뷔작이 된 SF9 멤버 찬희는 어벙하고 숫기 없는 정석을 잘 표현해냈다. 김소라 또한 '말맛'나게 대사를 전한다. 특별 출연한 조재윤, 장광, 정진영도 짧게 등장하지만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

배우만 살아남은 영화, 그 외엔 아무것도 건질 게 없는 '썰'은 이날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러닝타임 85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