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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박인환, 전도연 향한 부성애 "자식은 부모보다 잘 살아야지"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인간실격'이 2회 만에 결이 다른 휴먼멜로를 완성했다. 드라마 속 과몰입 유발 명대사를 돌아본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 박홍수, 극본 김지혜,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부정(전도연 분)과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강재(류준열 분)가 등장한다.

인간실격 [사진=JTBC]

# "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 됐어요" 전도연의 뜨거운 눈물

부정은 대필작가와 의뢰인에서 악연으로 돌아선 아란(박지영 분)의 고소로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아들었다. 시어머니 민자(신신애 분)와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남편 정수(박병은 분)의 걱정 어린 잔소리도 이어졌다. 숨 막히는 현실을 피해 달아난 곳은 아버지 창숙(박인환 분)의 품. 직장도, 아이도, 자신마저 잃은 아픔이 부정을 옥죄여오는 틈에 아버지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부정은 그 품에 안겨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이 실패한 인생 같다는 말에 "너는 내 자랑"이라는 아버지의 대답은 부정을 더 초라하고 비참하게 했다. 이어 "아버지, 나는 아무것도 못됐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됐어. 사는 게 너무 창피해"라는 눈물 어린 한탄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딸, 대필작가로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껍데기만 남은 현실에 무너지는 부정의 상실이 절절하게 와 닿은 명장면이었다.

#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물일곱 류준열의 씁쓸한 독백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부정의 눈물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자조하는 강재의 대비는 이들 관계에 궁금증을 유발했다. 정우(나현우 분) 형의 외로운 죽음을 지켜본 스물일곱의 청춘 강재는 문득 두려워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에서 자신이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음을 깨달은 것. "돈이 사랑"이라고 말하면서도, "돈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완전히 잘못돼 버린 걸까요? 인간답게 사는 일에 실패해 버린 걸까요?"라며 끊임없이 되묻는 강재는 위태로운 청춘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부정과 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강재의 씁쓸한 독백은 그의 내일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 "자식은 부모보다 잘 살아야지" 아버지 박인환의 절절한 부성애

부정이 더욱 슬프고 눈물겨운 건 아버지 창숙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며 자신을 부정하지만, 그런 딸을 세상의 전부이자 유일한 자랑으로 여기는 창숙은 부정에게도 가장 소중한 존재다. 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참고 참았던 부정은 그의 별말 아닌 한 마디에 터지고 말았다. 폐지 줍는 일을 말리는 딸을 나무라면서도, "나도 다 때려치우고 아버지랑 박스 주우러 다닐까?"라는 부정의 농담 섞인 진담에 "난 괜찮은데 넌 아니지, 너는 자식이니까"라고 답하는 창숙. "자식은 부모보다 잘 살아야 맞는 거지"라는 그의 절절한 부성애가 부정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까지 제대로 눌렀다.

# "당신이 나처럼 불행해지기를" 박지영 향한 저주의 기도, 그 안에 담긴 고통

부정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정수는 악성 댓글의 가해자가 된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추궁했다. 캄캄한 골방에 틀어박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다가도, 결국 악에 받쳐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어떻게 해도 용서가 안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 생겨"라고 내지르는 부정의 외침은 몹시도 처절했다. 이어 아란에게 띄우는 편지 한 줄 한 줄에 녹아든 원망에서 부정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혹시 조금이라도 불행한 일이 선생님께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저의 간절한 기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부정의 편지는 "당신이 나처럼 불행해지기를, 숨 쉬는 모든 시간이 지옥이기를, 꼭 나처럼 그렇게 되기를"이라는 주문 같은 말들로 이어졌다. 무엇이 이토록 부정을 지옥 같은 고통 속에 밀어 넣은 것인지, 그의 저주 같은 기도는 아란과의 과거사에 주목하게 만든다.

11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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