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탈영병 잡는 군인들의 이야기로 과거와 현재의 군대를 돌아보게 하는 'D.P.'의 화제성과 인기는 끝이 없다. 신작 공세에도 TOP10 상위권을 유지하며 극찬을 얻고 있는 것. 재미와 의미있는 메시지를 모두 잡으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D.P.'의 중심에는 바로 원작자이자 공동 집필에 참여한 김보통 작가가 있다.
'D.P.'(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D.P.)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누적 조회 수 1천만 뷰 이상을 기록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김보통 작가는 공동 각본에 참여해 원작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6부작의 시리즈로 담아냈다. 또 '차이나타운', '뺑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아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했다.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를 비롯해 조현철, 고경표, 신승호 등이 캐릭터와 완벽히 동화된 열연으로 극적 재미를 끌어올렸다.
김보통 작가는 최근 서면으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D.P.'를 통해 이전과는 확실히 나아진 군대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 'D.P 개의 날'이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기록했다. D.P.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군복무 시절 느꼈던 괴리감 때문이었다. 지금은 군사경찰이라 부르는 헌병은 말 그대로 군대의 순경과 같은 존재인데 제가 복무하던 부대에서는 폭언과 가혹행위, 구타가 자행되던 곳이었다. "억울하면 헌병대에 신고해"라고 말하는 고참도 있었다. 저는 사복헌병이자 '군사법경찰리'라고 적힌 헌병 신분증까지 가지고 있던 'D.P.'조라 부대와 사회를 오가며 부대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괴로우면서도 가담하지 않는 것으로 자위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제가 말년 병장이 되어 "더이상 가혹행위는 없도록 하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제 바로 아래 후임이 "김병장님은 맞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소리 할 자격없다. 본인이 병장이 되고나니 왜 때렸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방관자도 그 과정에 방관하는 것으로 가담한 것이구나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D.P.'는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폭력의 굴레가 이어지도록 방관한 저 자신에 대해 참회하는 이야기에 가까울 것이다."
- '아만자'와 'D.P 개의 날' 모두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했고, 이후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구 레진스튜디오)가 기획, 제작해 영상화했다. 변승민 대표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돼 'D.P.' 제작까지 이어졌는지, 그간의 사연이 궁금하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영상화 판권을 구매하고 싶다기에 판매했고 그걸로 제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표님이 감독님과 제작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아무래도 작품의 특성상 고증과 현장감이 중요할테니 원작 작가가 각본에 참여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판단을 하셨고 저한테 제안을 주셨다. 저는 원래 제 깜냥을 뛰어넘는 일도 생각없이 해보는 성격이라 "그럼 한 번 해보죠"라고 얘길했고, 두 분도 동의하셔서 쓰고 고치며 각본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제가 노력한 것보다 대표님과 감독님이 배로 고생하신 끝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는 그런 판단을 한 대표님이 낮은 확률에 올인하는 무모한 도박꾼 느낌이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치밀한 계산 끝에 과감한 판단을 내린 승부사인 것 같다."
- 'D.P.' 완성본에 대한 감상은?
"좋다. 그외 달리 할 말은 없다. 말 그대로 드라마 작가 데뷔작 각본이었는데 그걸 공동작가이신 감독님이 환골탈태 시키셨고, 더 좋은 작품이 많은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훌륭한 배우들이 믿기지 않는 연기를 펼치셨다. 1분 남짓의 오프닝에 모든 예비역과 현역들의 가슴을 후벼파버리신 오프닝 감독님, 이때다 싶을 때 이거다 싶은 음악으로 감정을 배로 증폭시켜주신 음악 감독님, 수많은 시청자들이 시리즈를 봤으면서 영화를 봤다는 후기를 남기게 최면을 걸어버린 촬영 감독님, 밤을 낮으로, 낮을 꿈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신 조명 감독님 포함 촬영 현장에서 피땀을 흘리신 모든 제작진들의 노고가 한데 모여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저 좋다는 생각 뿐이다."
- 아쉬운 점과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포인트를 꼽는다면?
"아쉬운 점은 제가 각본에 참여 안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싶은 것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지금 이 좋은 결과물에 여러모로 미숙한 제가 쓴 부분들이 되려 작품에 누가 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에 저는 아직도 'D.P.'를 마음 편히 못본다."
- 넷플릭스 공개 이후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미필이냐?'라는 것이다. 제가 'D.P.'였기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는 반응이었다. 그런 반응도 이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는 군생활 내내 극단적인 가혹행위를 당해 도망친 사람들을 쫓거나 가혹행위를 해 영창에 온 사람들을 지켜보거나, 수사과에서 매일 올라오는 극단적 사고사례를 보며 지냈기 때문에 극단적인 기억 밖에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극단적 상황이 일상이었고 그 상황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극단적 사례를 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작가 미필이냐?'는 말보단 '이런 일이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하지만 반대로 '작가님 혹시 우리 부대였습니까?'라는 반응도 많았다. 자신의 부대에 있던 간부나 병사, 혹은 가혹행위, 탈영사례와 너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제대한 부대원들끼리 나누다 아무래도 우리 동기거나 선배 혹은 후임 같다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탈영병의 이름이 자신이 아는 사람과 유사하다며 그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제 모든 답은 '죄송하지만 아닙니다'였다. 그 답을 보내며 앞서의 반응과 대비 돼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시간을 비슷한 조직에서 보내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동질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까."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서 잃은 분들이 털어놓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었다. 구타를 당해 사망하거나 가혹행위를 당하다 자살하거나, 영문을 모른 채 의문사로 처리 된 채 눈물로 세월을 보낸 분들이 그 사건에 대해, 그 사람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 조차도 금기한 채 살아오다 'D.P.'를 보고나서야 이런 비극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것 밖에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죄송하면서도 '해야 할 이야기를 했구나' 싶기도 했다."
- 'D.P.'를 보고 잠을 못 이뤘다는 남성들이 많다. 군대가 준 트라우마가 드라마로 다시 떠올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예상했던 일인가.
"제대 후 수십년이 지나도 입대하는 꿈을 꿔 밤잠을 설치는 분들이 있으니 그건 사실 'D.P.' 탓이 아니다. 'D.P.'가 '그 상처를 후벼팠구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의 세대가 우리와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 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 상처가 왜 생겼고, 누가 상처를 줬고, 어떻게 해야 같은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웹툰이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글로벌적인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특히 아시아 전역에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열연과 감독님의 연출로 잘 만들어진 영상물이기 때문이겠지만 같은 아픔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피해자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D.P.' 방영 이후 아시아권에도 징병제거나 징병제였거나, 부대내 가혹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런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벌 OTT 서비스에 런칭했고 그렇기에 관심을 받는 것 같다. 'D.P.'를 시작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상물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 실제 작가님이 'D.P.' 출신이라는 점이 좀 더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여주는 지점이었다는 평도 있다. 'D.P.'의 경험이 드라마 속에서는 어떻게 녹아들어가있는지 궁금하다.
"극중 등장하는 가혹행위들은 각본 작업 도중 추가되었거나 원작에 있던 내용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 많다. 연재할 땐 작중 등장하는 가혹행위가 현실과 동떨어져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당시 언론에 보도된 가혹행위 사례를 검색해 참고했다. 말로 가해지는 언어폭력들 중엔 제가 직접 들었던 것들이 녹여져 있기도 하다."
-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분과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마음먹은 키워드가 있다면?
"원작 만화를 집필할 때도 탈영병을 체포하는 장면에서 통쾌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락물로서는 그쪽이 훨씬 대중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탈영병을 잡는 'D.P.'조나 잡힌 탈영병이나, 둘 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다. 둘 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징집된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인데 절대적인 악이나 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제가 체포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도 그런 결이다. 탈영이라는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 극을 위해 고증도 엄청 했다고 들었는데 이전과는 달라진 군 문화가 있을테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고증의 주안점이 조금 다르다. 분명히 군대는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고,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좋아지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극중에서도 보시면 알겠지만 황장수와 류이강 외에는 특별히 직접적 가해를 하는 병사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D.P.' 속 103사단의 일상은 평화로울 거다. 그 둘 외에는 적극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 몇몇 병사 외에는 그렇게 가혹하게 괴롭힘 당하는 병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D.P.'는 전면으로 드러내기 보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연에 이입할 수 있도록 그들의 디테일을 살리는 쪽으로 신경썼다. 동시에 그래서 고증이 엉망으로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님의 말처럼 착시현상인 거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에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이야기가 과장된 것처럼 들리는 것처럼."
- 군 생활을 떠올리며 PTSD가 발동할 정도로 깊이 공감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요즘 군대는 다르다는 일부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 반응이 점점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머지않은 미래에 'D.P.'는 사회고발,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가 아니라 밀리터리 판타지, 코미디, 말도 안되는, SF로 회자되어야 한다. 귀신이 등장하고 악령과 맞서싸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종교계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 'D.P.'를 보고 군에 책임을 묻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게 옛날 야만의 시절에 벌어진 말도 안되는 코미디가 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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