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설강화'가 또 다시 민주화 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방영 중단 청원과 광고·협찬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snowdrop'(이하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 분)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앞서 지난 3월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설강화' 역시 시놉시스 일부가 공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 역사왜곽 가능성이 제기됐다.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이라는 설정, 또 안기부 팀장이 대쪽같고 정의로운 인물로 묘사된 것 등을 지적하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드라마라는 지적이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당시에도 제작 중단 요청을 담은 국민청원이 등장했지만, 제작진은 드라마 촬영을 모두 마친 후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유출이 됐었던 시놉시스대로 수호는 명문대생인 했던 북한 공작원이었고, 이를 안기부가 쫓는 설정이었다. 또 안기부가 수호를 쫓을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등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으나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간첩인 남자주인공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서브 남주인공이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되었던 노래이다.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는 노력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했다. 이로부터 고작 약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ㄹ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은 작성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청원동의 23만 명을 돌파했다. 또 일각에서는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드라마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확산된 상황.
이에 도자기를 협찬했던 도평요 측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어떠한 정치적 색깔도 없는 소규모 운영 회사"라며 "해당 드라마 대본 혹은 줄거리에 대한 사전 고지를 받은 바 없었고 협찬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 제품 협찬 건에 응했을 뿐 이로 인한 금전적 이득과 협찬 홍보는 일절 없었다. 해당 사항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에게 기업 로고 삭제 요청을 했고 모든 제품은 반환 처리했다. 협찬 전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해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알렸다.
차 브랜드 티젠은 공식 SNS에 "직접적인 제작 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을 한 것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라며 "티젠은 관련 드라마 제작과 일절 관계가 없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활동에 더욱 신중하게 임하겠다"라고 사과했다.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담당자에게 바로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라며 "철회는 바로 적용이 되었으나 화면에 노출되는 로고는 12회까지 편집이 완료되어 바로 수정이 어렵다고 한다.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패션 브랜드 가니송 측도 "역사 왜곡으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본사는 협찬 요청 당시 '설강화' 드라마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사전에 고지받은 적이 없다"라며 "'설강화' 방영 방송사 JTBC 제작진에게 가니송 관련 내용 삭제를 요청했다. 의상팀으로부터 제작진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을 취하고 있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 보니 제품 노출을 완전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최대한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계속 조치를 취하겠다.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협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스전자 측 역시 "드라마 내용은 어제 첫 방영 이후 알게 됐다. 작은 회사라 인원도 적어 이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마음 상한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작사에 요청해 광고 중단을 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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