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MBC 연기대상 배우들의 턱시도

청력 문제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위한 치료법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눈을 가리는 것이다. 눈을 가리면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워 청력이 점점 좋아진다고 한다.

지난해 시상식부터 등장한 배우들의 마스크에 이미 익숙해져서 인지 이젠 눈만 봐도 어떤 배우인지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하다. 서양권 문화는 "Why the long face?(왜 우울해 보여?)"와 같이 얼굴의 턱 부분이 축 쳐지면 우울해 보이거나, 이모티콘의 웃고 찡그리는 여부에서도 : ) (웃는) : ( (찡그리는)과 같이 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 ㅠㅠ 처럼 눈만으로도 감정 표현이 가능해서 인지 눈만 봐도 이젠 기쁨, 감동, 놀람 등의 감정이 다 보이는듯 하다.

마스크는 멋진 레드 카펫 의상들을 감상하기에 옥에 티였지만 12월30일에 개최된 2021년 MBC 연기대상은 마스크가 등장해도 배우들의 절제있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점잖은 턱시도 의상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턱시도 디자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켓의 라펠(Lapel)이며 대표적인 세 가지 라펠을 시상식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대상을 받은 '검은 태양'의 남궁민은 뾰족한 모양을 한 피크드 라펠(Peaked Lapel) 자켓을 입었으며 실크 옷감인 새틴(satin)으로 처리되어 라펠 부분이 눈에 띄었다. 턱시도 뿐만 아니라 일반 양복에도 자주 사용되는 포켓 스퀘어(pocket square)는 격식 있는 이브닝 수트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색의 조합 중 악센트 컬러(accent color) 효과를 사용해 검은색 자켓에 흰색 포켓 스퀘어로 더욱 멋스러운 턱시도를 선보였다. 또한 드레스 셔츠(dress shirt)의 칼라(collar)는 양쪽의 칼라가 다소 넓은 스프레드 칼라(Spread Collar) 셔츠를 입었으며 이는 큰 보타이(bow-tie)와 어울리는 셔츠다.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베스트 커플상과 최우수연기상(미니시리즈 남자)을 수상한 이준호의 턱시도는 둥근 곡선 라인의 숄 라펠(Shawl Lapel) 자켓을 입었다. 남궁민의 턱시도와는 다르게 자켓과 라펠이 같은 옷감으로 처리되어 라펠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상당히 깔끔한 스타일로 멋진 레드 카펫 의상을 선보였다.

'두 번째 남편'으로 최우수연기상(일일 연속극 남자)을 수상한 차서원 또한 숄 라펠 자켓을 입었으나 여느 턱시도와는 다르게 화려한 자수(embroidery)가 눈에 띄었다. 드레스 셔츠는 날개처럼 생겨 이름 지워진 윙 팁(wing tip) 칼라 셔츠에 다소 작은 보우 타이를 매어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끝으로 수상자가 아닌 시상자로 등장한 박해진의 수트는 일반 양복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에 일반 넥타이와 베스트까지 입어 턱시도 못 지 않은 레드 카펫 분위기를 연출했다.

드라마에 관전 포인트가 있듯 턱시도의 감상 포인트는 라펠, 드레스 셔츠 칼라, 타이 이 세 가지다. 더 이상 마스크에 답답해 하지 말고 오늘 남은 시상식을 즐겁게 감상하며 밝아 오는 새해를 맞이 해 보면 좋을 듯 하다. Happy New Year 2022!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