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그 해 겨울, 김다미는 찬란했다. 풋풋한 첫사랑이었고,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이었다. 천편일률적인 로코 대신 공감 로맨스로 그 겨울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김다미는 최근 막내린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극본 이나은·연출 김윤진)으로 또 한 번 성장사를 펼쳐냈다.
늘 현실 로맨스를 해보고 싶었다는 김다미는 '그 해 우리는'으로 그 바람을 이뤘다. 그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기도 하다"라며 지금 이 시기에 전작들과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해 우리는'은 헤어진 연인이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인기로 강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첫사랑 역주행 로맨스다. '웅연수(최웅X국연수)' 커플의 두 번째 로맨스는 마지막까지 가슴 벅찬 여운을 남겼고, 저마다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은 청춘들의 아름다운 성장기는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정말 현실적이었어요. 옆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었고, 공감할 수 있었죠. 큰 사건이나 드라마는 없지만 각 캐릭터에 감정의 초점이 맞춰져서 그 인물에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됐어요. 악역도 없었구요."
그야말로 과몰입을 유발하는, 현실 로맨스였다. 국연수와 최웅의 연애사로 자신들의 추억을 소환했고, 대리만족 했으며, 설레어했다. 김다미는 "진짜 웅이랑 연수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대로 봐주고 있구나' 싶어 기분이 묘했다"라며 "그게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풋풋했던 첫사랑부터 다시 만난 옛 연인들의 복잡미묘한 감정, 그리고 한층 성숙해진 '어른연애'까지, 김다미는 연애의 다양한 단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공감과 설렘을 자아냈던 '그해 우리는'. 김다미도 '심쿵'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6부 엔딩에서 '그저 그런 사랑한거 아니고 그저 그런 이별한거 아니잖아 우리'라는 대사가, 대본과는 또 달랐어요. 실제 연기할 때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어요. 웅이가 먼저 말을 꺼내주고 탁 터트리는 그 순간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설레기도 했고 슬펐던 것 같아요."
김다미는 자신의 과거 연애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연인 사이에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두 명만 아는 감정들이 표현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연수를 비교하자면, 겉으로는 까칠하고 웃지도 않을 것 같은 아이가 웅이에게는 웃고 애교도 부려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생각한 모습이 있어요. 한사람을 좋아했을 때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과거를 생각했어요. 연수만의 표현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국연수의 '직진'에 놀란 순간도 있었다. 김다미의 연애 방식을 묻자 연수처럼 불도저였던 적은 없다고 웃었다.
"웅이 친구하자는 말에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잖아요. 깜짝 놀랐죠. 저는 연수처럼 불도저였던 적은 없어요. 저는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마음 아파하며 쓸쓸히 있지 않았을까요. 이상형은 없는데, 대화가 잘 통하면 호감이 가는 것 같아요.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겠지만 친구처럼 지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다미와 최우식의 자연스러운 케미는 '그해 우리는'의 인기 원동력이기도 했다. '마녀' 이후 3년 만의 재회한 두 사람은 데뷔 이후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을 함께 하며 '웅연수' 커플로 사랑 받았다.
"'마녀' 이후 3년 만에 만났는데 이런 캐릭터로 만날지 몰랐죠. '마녀'를 찍으며 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유롭게 그 캐릭터로 옷을 입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마녀' 때는) 액션을 해서 말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귀공자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자유롭게 연기하지'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죠. 3년의 시간이 지나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요. 비슷하면서도 달랐어요. 첫 촬영에서 너무 만족했고 웅이와 촬영하면서 많이 의지하고 편하게 촬영했어요. 웅이로서 온 느낌이 커서 너무 편했고, 어떤 말을 해도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김다미는 로맨스는 상대 배우가 중요한 것 같다며 최우식에 고마움을 전했다. '웅연수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시청자의 반응을 최고의 칭찬으로 꼽기도 했다.
"로맨스는 호흡이 중요하고 상대배우에 따라 바뀔 수 있잖아요. 최우식과 함께라 너무 좋았어요. 만약 최우식과 아닌 다른 누구였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아요. 최우식이 웅이라 완성될 수 있었어요."
달달한 로맨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김다미가 연기한 국연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 가난 속에서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악바리였고, 퉁명스럽고 차갑지만 자신의 곁에 있는 할머니를 지키려는 책임감도 지녔다. 치열하게 오늘을 사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도 있었다. 이같은 연수를 표현하기 위해, 김다미는 많은 고민을 했다.
"연수는 10년이라는 시간을 보여줘야 했어요. 학생부터 회사 생활까지 보여줘야 해서 헤어스타일을 바꿨고, 회사 생활할 때 일상복을 많이 입었어요. 어린 나이에 팀장 직급이 생겼기 때문에 무난하지만 일상적인 느낌으로 살리려고 했어요."
"연수는 감정을 많이 품고 있어요.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고 속에 쌓아두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잘 보여질 수 있을까 하는 포인트를 많이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김다미에게 '그 해 우리는'은 어떤 의미의 작품이 됐을까. 그는 "아쉬운 점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많은 사랑을 해줬다는 점에서 감사했다. 좋은 스태프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라며 "이 작품만으로 추억이 된 것 같다"라고 짚었다.
김다미는 2018년 영화 '나를 기억해'로 데뷔했고, 그해 '마녀'로 청룡영화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JTBC '이태원 클라쓰'로 존재감을 새긴 그는 '그해 우리는'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해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 만큼 오래도록 소중한"이라는 최우식의 대사처럼, 김다미에게도 잊지 못할 '그 해'가 있다.
"저에게 '그 해'는 '마녀'였어요.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데 그 때의 기억은 잊을 수 없어요. '마녀'로 큰 화면에 제 얼굴이 계속 나오거나, 부모님과 친구들, 지인들이 같이 본다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지금도 잘 실감은 안 나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꿈을 이룬 것 같아요."
'그해 우리는'을 마친 김다미는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갖고 싶다는 그는 또다시 새로운 캐릭터를 욕심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해보지 않았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현실 로맨스를 했으니, 아예 밝은 느낌의 재미있는 작품, 혹은 깊게 어두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연수가 중간의 느낌이었다면, 일상적인 것에서 밝거나 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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