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뜻하지 않게 동시기에 내놓은 두 작품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 '해적2'는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작품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성공한 두 작품에는 천성일 작가가 집필한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작품. 2014년 개봉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이다.
6년 만에 관객을 다시 만나려고 했던 '해적2'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초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2022년 개봉했다. 천성일 작가는 수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개봉하게 된 과정에 "시나리오를 다 쓴 지는 꽤 됐지만, 감독님이 들어오시면서 몇 번의 시나리오를 바꿨다"라고 털어놨다. 전작과 같은 결로 이어질지, 새로운 것으로 갈지 논의하다가 리부트 느낌의 작품인 '해적2'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천성일 작가는 더 젊은 느낌, 재기발랄한 '해적2'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첫 시작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기에 닮아 보이는 점이 있지만, 배우들이 다르게 연기를 해 차별성을 둔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익숙한 재미가 있고 새로운 재미가 있는데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못 잡아서 힘들었다"라며 새로움을 배우들이 연기를 다르게 했고, CG와 VFX로 볼거리를 더하며 차별성을 띤 것이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이번 '산적2'를 비롯해 그의 집필작 '7급 공무원'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주축으로 이끌고 간다. 남성 캐릭터만이 이야기를 꽉 잡고 있던 시절에 '7급 공무원'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여성 캐릭터로 차별화를 뒀고 그 자체로 이야기의 강점이 됐다. 천성일 작가는 자신의 수많은 집필작 중에 세 캐릭터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7급 공무원' 때는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왜 하필 여자가 해적이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아무도 올라갈 수 없는 자리에 올라간 사람, 권위와 거리가 먼 인물이 탄생할 수 있어서 더 애착이 간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해적2'에서도 여성 캐릭터 해랑이 이야기를 이끈다. 천성일 작가는 전작에 비해 더 리더십의 면모가 드러나는 해랑을 그리며 "수많은 남자를 이끄는 이야기에 집중했다"라면서 "액션이나 카리스마가 아닌 남자들이 많은 보통의 공간에서 해랑을 담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많이 지나 여성 메인 캐릭터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작품들 속에서도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집필하면서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천성일 작가는 오히려 "세상이 복잡해지고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모든 것을 단순화하는 버릇이 있다"라며 "애초에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썼고 '해적2'의 해랑도 그 자체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이 하지 않는 여성의 이야기에 예전부터 초점을 뒀던 것은 차별점과 강점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그는 "차별화는 늘 생각하는 부분이고 그 대상이 주체적인 여성으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럽다"라고 말했다. 여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거리낌도 없었기 때문에 '7급 공무원'의 수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여월, '해적2'의 해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수년에 걸쳐 세상 밖으로 나온 '해적2'으로 천성일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는 "'요즘 살기 힘드시죠? 놀아봐요'가 메시지였다"라며 "그 안에서 각자 주장하는 바는 있지만, 크게 봤을 때는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개봉작 중 첫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과 함께 재미나게 논 '해적2'. 한국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천성일 작가는 마냥 웃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작품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이제는 전혀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 그는 "'해적2'가 코로나의 가장 중심에 서 있지 않나. 여러 스태프가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빛을 보지 못해서 거기에 일조한 게 아닌가 하는 눈치가 보인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고 울상인 요즘, OTT는 웃음이 활짝 핀다. 천성일 작가의 신작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애초 국내 방송국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던 '지우학'이 넷플릭스로 편성을 변경하면서 뜻밖의 히트한 셈이다. 천성일 작가 또한 "세계에 통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 쓴 것뿐인데 외국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놀라웠다"라며 해외와 국내의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이 다름에도 외국인들이 작품 속 국내 고교 설정을 이해하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사랑했던,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가 좀비에 물려 나를 공격하는 상황임에도 사랑에 빠지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기존의 좀비물과는 차별성을 띤 것이다. 천성일 작가는 "좀비가 나타나고 나서의 상황과 관계가 중요했다"라며 "학생들끼리의 우정과 사랑, 하이틴 로맨스를 차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관계가 파탄이 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그러면서도 그는 "학생들 이야기인데 학생들이 못 볼 것 같아서 시청 타깃을 잡는 게 걱정됐다"라고 토로했다.
'해적2'를 통해 '함께 놀아보자'라고 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지우학'을 통해서는 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천성일 작가는 '누군가를 절망으로 내몰지 말자, 그게 어떤 사람이든' 이 주 메시지였다며 "희망을 갖자는 선동적인 문구가 아니다. '절망에 지친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지 않도록'이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있다. 그 노래를 많이 들으며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어떤 작품이든 자신의 이야기로 웃을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차기작을 기약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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