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헌트' 정우성 "또 이정재와? 무게감 알기에 더 치열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이정재의 첫 연출작과 23년 만의 조우, 엄청나게 큰 무게였죠."

그래서일까. 배우 정우성은 영화 '헌트' 출연을 쉬이 결정할 수 없었다. 이정재 감독의 고민을 그 누구보다 곁에서 지켜봐왔다. 삼고초려 끝에 '헌트'를 받아들인 순간, 치열하고 뜨겁게 작품에 녹아들었다.

10일 개봉한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영화 '헌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는 배우로 출연 제의를 받은 후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을 결심했고, 이후 각본과 연출까지 맡으며 열정을 쏟았다. 정우성은 세 번의 거절 끝에 이정재와 함께 하기로 결정, 두 배우가 함께 있는 그림이 완성됐다.

정우성은 "(이정재를) '오징어게임'에 출연 시키기 위해 거절했다"고 웃으며 출연 과정에 대해 들려줬다. 아티스트스튜디오를 함께 이끄는 동업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그는,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까지 하는데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처음에 작품을 제작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동료로서, 파트너로서 같이 응원하는 입장이었어요.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 했고, 감독을 잘 선택한 이후에 같이 출연했으면 하는 속내를 갖고 있더라구요. 감독을 선택하는 과정, 접촉하는 과정과 우여곡절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봤어요. (출연 결정은) 작품이 좋다, 나쁘다의 관점에서 결정할 순 없었어요. 같이 회사도 차린지 얼마 안 됐고, 외부적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둘이 회사를 차리더니 스튜디오도 차리고 같이 출연을 하네'. 외형적인 시선을 넘어야 하는 허들도 있었죠. 작품을 진행하는데 굳이 장애 요소를 스스로 만들면서 갈 필요는 없었어요."

조력자로서 도전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그래서 "다른 배우를 찾아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그를 지켜보며 출연 결심을 하게 됐다.

"감독도 버거운데 '왜 계란 바구니에 두개를 넣고 가려고 하냐'고 했어요. 시나리오를 만지면서 '이 프로젝트의 무게감을 온전히 짊어지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외부 시선도 이겨내고, 계란이 깨질지언정 후회없이 해봐야겠더라구요. 이정재의 감독 도전, 오랜만의 조우를 다 던져버리고, 현장을 여유있게 즐기지 말고, 치열하게 하자고 했죠."

정우성은 '헌트'에서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거침없는 추적을 이어가며 실체에 다가서는 안기부 요원 김정도로 분한다. 안기부 해외팀을 이끄는 차장 박평호(이정재)와 서로 불신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김정도는 군인 출신의 강인한 면모부터 옳다고 믿는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인물이다. 80년 5월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돼 잔혹한 참상을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도는 스스로를 객관화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에요. 군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군인이 행하는 폭력이 정당한 건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억울함도 있고요. 그런 군인을 객관화 하면서 느껴지는 정체성, 피해에 대한 울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감정을 안고 연기하느라 마음이 무거웠다고도 했다. 다만 이같은 역사적 배경이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다고 신념을 이야기 했다.

"5.18 민주 항쟁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 얼마되지 않았고 서로가 상처 받고 상처 주고 있고,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김정도는 군인의 본분을 찾으려고 '폭력 가해가 정당한 것인가' 질문을 던져요. 폭력은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거기에서 갈등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공격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가상의 인물이자 판타지적인 인물이죠. 첩보액션의 장치를 위해서는 그 시대의 선택은 필연적이었어요. 역사적인 사건을 배치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바꾸는 이야기였다면, 역사적 사실을 따져보려고 하는 마음이 들텐데 그렇게 다루고 있진 않았어요."

영화 '헌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외형적으로도 빈틈이 없는 김정도를 구현하기 위해 비주얼적인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정우성은 "김정도의 헤어스타일을 위해 그 시대의 포마드를 만들었던 일본 노부부의 제품을 구해왔다. 빗도 옛날빗을 구해서 썼다"고 말했다.

난이도가 있는 액션신도 직접 소화했다. 정우성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라고 웃으며 "맨몸 액션은 다치기가 쉽다. 기술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안전이었다. 가벼운 타박상 정도 입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감독'으로 만난 이정재에 대해 묻자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짠할 때가 많았어요. 그 작업이 어느 순간에는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 들때가 있어요. 그 모먼트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어요. 하지만 옆에 가서 이겨내야 돼 라고 말할 순 없어요. 이겨내길 바라면서 지켜보는 거죠."

"사실 신인 감독, 웬만한 기성감독도 이만한 사이즈를 하면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해요. 그 스트레스를 잘 견뎌낸 것 같고, 또 그래주길 바랐어요. 지치지 않길 바랐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정재 감독스러운 현장이 되길 바랐고, 이정재 감독스러움은 어떤 것인지 기다리고 지켜봐줘야 했어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정우성은 "뿌듯했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어려운 모든 시간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서로가 감내하는 스트레스도 있다. 그것을 잘 이겨냈고 충실하게 잘 담겼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헌트'는 이정재 감독 뿐만 아니라 정우성에게도 특별한 여정이 됐다.

영화 '헌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헌트'는 이정재의 감독 도전, 23년 만의 조우가 엄청나게 큰 무게였어요. 영화를 만들 때는 그 의미를 벗어던지고 치열하게, 각자가 경험했던 영화 현장에 대한 경험들을 녹여냈어요. 두툼하고 무게감 있게 작업하고 싶었어요.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왔고, 괜찮은 평을 받고 있구나 하는 시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 됐죠. 영화 자체가 매순간 각별한 순간이에요."

정우성도 첫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보호자'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보호자'는 오는 9월 8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연기와 연출, 제작, 경영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그는 "다 재미있는데, 그 중 영화 현장이 재미있다. 제작만 하라고 하면 안할 것 같다. 필드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꾸준히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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