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한산' 김한민 감독 "'왜 또'라는 말 나오지 않길 바랐다"


'명량' 이어 8년만에 선보인 '한산'…"울적할 때마다 '난중일기' 봐"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이토록 이순신 장군에 진심인 감독이 또 있을까. 우울할 때마다, 잠이 안 올 때마다, 심심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는다는 그다. 김한민 감독의 진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영화 '한산'이다.

김한민 감독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개봉해 누적관객 수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한산'은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국내 최대 관객을 동원한 '명량' 이후 8년 만이다. 김한민 감독은 그 사이 '한산'에 이어 '노량'까지 대본을 작업하고 촬영, 편집을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바다 위에 직접 배를 띄우고 수십시간 동안 촬영해야 했던 '명량'과 달리 CG와 VFX로 지금의 '한산'을 리얼하게 만들어낸 김한민 감독이다.

물 한 방울 없이 50분이 넘는 해전을 담았음에도 한 번의 어색함 없이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김한민 감독은 '한산'을 통해 단순한 전쟁영화를 벗어나 '의(義)'의 메시지를 전하며 여름 블럭버스터로도 손색이 없을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는 그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픈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다.

최근 조이뉴스24는 김한민 감독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 '한산'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한산: 용의 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 이후 '한산'을 제작하게 됐고 8년 만에 개봉하게 됐습니다.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3부작으로 기획됐던 프로젝트고 '명량'이 끝나고 '한산'과 '노량'을 더 잘 만들고 싶었다. 한 시간 정도의 해전을 우격다짐으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준비해서 엣지 있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명량' 때는 하지 못했던 콘티의 애니메이션화 작업을 시도했고 CG, VFX 작업을 통해 3천평 실내 스케이트 장에 전체 크로마키를 치고 조명은 LED를 깔고 촬영했다.

-'명량'보다 만족도는 더 높나요?

만족도는 '명량'보다 높다. 사실 스태프 중에도 의견이 갈렸다. 한 쪽은 사실적으로 물 위에 배를 띄워서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하기엔 근로 52시간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겉잡을수 없는 제작비와 과도한 스케줄 등을 감당할 수 없다. 더군다나 두 편을 연달아서 찍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아쉽더라도 사전시각화를 하고 통제된 공간에서 찍어야했다. 그렇더라도 저는 날것의 느낌이나 엣지 있는 화면상의 표현을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량'을 연출했던 경험으로 '한산'에 반영한 부분이 있을까요?

보충보다는 좀 더 차별화하고 싶었다. '왜 저 영화를 또 찍냐'라는 이의제기가 없기를 바랐다. 3부작을 통해서 이순신 장군을 오롯이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입체적이든, 깊이든 이순신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세 작품에서 이순신 장군을 맡은 배우가 다르지만, 이번 '한산'에서 박해일의 이순신 장군을 통해 저런 면이 있다는 것도 관객이 꼭 봐줬으면 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이 더 오래 걸린 것도 있다. '한산'과 '노량' 시나리오는 '명량' 때 나왔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면밀하고 엣지 있게 개발한다고 시간이 걸렸다. 더 정교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수정하다보니 7년이 훅 가버렸다. 코로나를 이기면서 촬영까지 마쳐 천행이라고 생각한다.

-한산도대첩을 영화 소재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전 중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게 한산해전이다. 철저한 전략, 전술, 완벽한 진법에 대한 완성, 거북선의 운용, 적들을 넓은 바다로 유인한 선멸전, 정보전 등이 총 망라됐다. 거북선에 대한 혁신도 그렇고. 그런 이순신이라고 한다면 지략가일 수밖에 없고 적의 전술을 역이용하고 실질적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담대하고 현명한 것들이 아우러지는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인물을 표현하려면 박해일을 통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꼭 박해일 배우여야했나요?

박해일 배우와 세 번째 작품을 하지만 할 때마다 강하게 느낀다. 박해일은 내유외강형이다. 겉으론 유하게 보이고 장수로서의 강인한 인상은 아니어도 눈빛이 강렬하다. 유하게 보이면서 안에 보이는 강직한 힘, 중심, 분명하게 느껴지는 눈빛을 표현하기에는 박해일이 적격이다. 박해일도 처음에 의아해하더라. 왜 자신이 이순신 장군과 어울리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저는 오히려 한산해전에서의 이순신 장군은 박해일 배우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등산하면서, 차 마시면서, 서로 캐치볼 하면서 설득했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확답을 받아 함께하게 됐다.

김한민 감독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에선 박해일이, '노량'에선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합니다. 세 작품 모두 다른 배우로 이순신 장군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배우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배우와 소통을 하느냐가 문제였다. '명량'을 하고 나서 최민식 씨는 '나는 이 작품으로 오롯이 내 역할을 다 한 것 같다'라고 하셨고 그것에 대해 반박하거나 설득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너무 정확하게 들렸으니까. 어쩌면 실존했던 인물이 이순신이기 때문에 배우가 바뀌어도 가능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마블 히어로처럼 가상의 인물이면 배우가 바뀌는 경우엔 이상하지만, 실존한 인물이기에 그 시대를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어울리고 관객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중일기'에도 한산해전은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하셨나요?

먼저 역사적인 기록을 섭렵했다.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해석도 분분했다. 현장을 직접 가봤다. 견내량 앞을 보면서 어떻게 싸울 수 있을지에 대한 내 나름의 추론을 했다. 직접 가서 보면 왜 이 해역으로 왜군을 유인하려고 했는지 느낌이 보인다. 그런 것들을 개연성 있게 추론해서 감독의 눈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했다고 판단해주시면 될 것 같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왜 많은 역사적 인물 중에 이순신이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순신 장군에 그토록 진심이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순신을 달리 표현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순신을 더 깊이 있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는 '난중일기'를 끼고 산다고 표현할 수 있따. 울적할 때 '난중일기'를 보면 위안이 되고 잠이 안 올 때 봐도 위안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생활하면서 쓴 것이라 이상하게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순신 장군의 매력을 넘어 마력에 빠져든다. 제게 이순신 장군의 면면이 스며들어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웃음) 뜬금없이 이순신을 잡은 건 아니다. 그건 '노량'까지 김윤석의 이순신 장군을 보여줄 때 흐트러지지 않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인물과 상업영화를 하는 입장에서의 밸런스를 잘 구현하도록 할테니 '명량'까지 잘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명량'은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산'의 흥행은 어떻게 보시나요

흥행보다 이순신 장군 3부작이 완성되는 게 중요하다. 잘 완성됐으면 좋겠다. 세 작품을 오롯이 보시던 관객들이 개봉한 순서대로 다시 영화를 보시면서 우리가 저런 양반을 역사 속에 가지고 있고 그 인물로 하여금 어떤 위안을 주는지 느끼셨으면 한다. 세 작품 중 어떤 작품이라도 위로와 힘을 느끼셨으면 한다. 자긍심이든. 이 시대에서 잘 못 느끼는 유대감이나 연대감, 용기를 느끼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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