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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령', 이하늬 끌고 박소담 밀고…아름다운 연대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매력적인 워맨스가 있을까. 이하늬와 박소담이 완성한 아름다운 연대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유령'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다. '독전'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령' 이하늬가 박차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CJ ENM]

배경은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는 비밀리에 활약하고 있는 항일조직 흑색단의 총독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 조선총독부 내의 유령을 잡으려는 덫을 놓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 분),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분),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분),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 분),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분)는 유령으로 의심받아 벼랑 끝 외딴 호텔에 갇힌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카이토는 이들에게 스스로 유령이 아님을 입증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발하라고 한다. 기필코 살아나가 동지들을 구하고 총독 암살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유령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 사이, 의심 속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유령' 박소담이 유리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CJ ENM]

시작은 '유령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하지만 곧 유령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이 유령이 어떻게 호텔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 방법에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머지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령이 아님을 강조하며 살 궁리를 찾는다.

유령의 정체가 초반에 드러나다 보니 극 전개는 다소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나 통쾌한 반전 정체가 드러나면서 후반 장르가 화끈한 액션으로 급변한다. 맨몸 액션부터 총기, 그리고 폭파에 이르기까지, 속도감 넘치는 액션이 쏟아지다 보니 영화적 쾌감이 타오른다.

항일운동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명 '국뽕'에 호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적인 감성에 눈을 뗄 수 없는 미장센이 가득하다. 다만 항일조직 흑색단원들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단단한 얼굴과 눈빛, 그리고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내달리는 유령의 행적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유령' 배우들이 긴장감 넘치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CJ ENM]
'유령' 설경구와 박해수가 연기 호흡을 맞추며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사진=CJ ENM]

'캐릭터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각의 인물들이 돋보인다. 그 중에서도 이하늬와 박소담은 액션은 물론이고 토해내지 못하는 감정까지 꾹꾹 눌러담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퍼석하게 매마른 얼굴의 이하늬는 강단이 느껴지는 눈빛과 말투로 박차경의 내면을 심도있게 표현해냈다. "살아, 죽어야 할 때 그 때 죽어"라는 그의 대사는 살기 위해서가 아닌, 죽기 위해 살아가는 독립 투사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가슴 속 뜨거운 불씨를 지핀다.

박소담은 이런 이하늬와 눈부신 연대를 형성하며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초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서 유리코로 묘한 긴장감을 안기던 그는 후반 극을 장악하는 존재감과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강탈한다. 휘몰아치는 액션의 중심에 선 박소담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유령'의 승부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 연기 역시 깊고 세밀하다. 긴 말을 하지 않지만, 서로를 향한 연민과 공감 등 다양한 감정이 두 눈빛에 존재한다.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찬 아픔의 시대이기에 더욱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연대이자 결말이다.

1월 18일 개봉. 러닝타임 133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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