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SM 직원의 상당수가 하이브 인수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하이브 박지원 CEO는 "SM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SM엔터테인먼트 사내 변호사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라는 주장을 폈다.
하이브 박지원 CEO는 지난 13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열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 CEO는 "SM의 레거시(유산)를 존경한다"며 "SM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SM은 SM만의 가치가 있고, 하이브는 이들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 총괄이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SM엔터테인먼트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한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오해를 바로잡았다.
박 CEO가 SM 인수전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직접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SM 내부를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인 조병규 변호사도 전날 전 사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지 하이브가 아니다"라고 현 경영진을 공개 비판했다.
조병규 변호사는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의 뜻에 반하여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조 변호사는 "대체 이성수 대표는 작년과 올해 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을까. 작년에는 반대했던 인수의향자를 올해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올려놓는 거래를 왜 했을까"라며 "올해 3월 27일에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적,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카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조 변호사는 "카카오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 편에 선 이유 역시 돈 때문"이라며 "얼라인, SM의 현 경영진과 손을 잡으면, 주식을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힘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고, 그러고 난 후에 대주주로 올라간다는 전략이다. 창업자이고 대주주인 사람의 주식을 이런 식의 야합을 통해 희석시키고, 그렇게 하여 제1대 주주를 변경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M&A업계에서는 이것을 전대미문의 적대적 M&A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티레이블 등을 골자로 하는 'SM 3.0' 전략에 대해서도 "이번에 현 경영진이 발표한 것은, 쉽게 말하면 하나의 회사를 다섯 개 회사로 쪼갠 것과 같다. 그리고 올해에 신인팀만 세 팀을 내놓겠다고 한다"며 "나는 이것을 망상이라고 본다. 얼라인 이창환 대표의 문화산업에 대한 무지와 선생님의 자리를 본인이 맡아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이성수 대표의 욕망을 합쳐서 주주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발표를 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에스엠에서 에스엠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이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기를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SM 직원들이 하이브의 인수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회사의 어수선한 상황에 대해 아티스트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엔터테인먼트 라운지에서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과 관련한 SM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에 참여한 200여 명의 직원들은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브 중 어느 쪽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대거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를 선택했다. SM 경영진과 카카오를 선택한 비율은 85%, 이수만과 하이브를 지지하는 비율은 15%를 기록했다. SM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 하이브의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높음을 엿볼 수 있다.
샤이니 키는 회사의 어수선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키는 지난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킬러' 발매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해달라는 팬의 요청에 "나도 누구보다 콘서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긴 한데"라며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김민종과 유영진 프로듀서가 이수만의 퇴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들은 침묵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키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활발히 활동 중인 소속 아티스트들의 향후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M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하이브 박지원 CEO의 약속은 혼돈을 겪고 있는 SM 직원들과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SM 사태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 관계 속 이번 경영권 다툼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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