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시즌2까지 공개하며 '용두용미' 결말을 맞았다.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십수년 간 준비한 복수 여정을 담은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전세계 1위에 오르며 많은 이들에게 속 시원한 쾌감과 더불어 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조명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배우 김히어라가 맡은 이사라 역시 '더 글로리'에서 마약에 빠진 화가로 등장해 문동은에게 복수를 당해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김히어라의 호연은 많은 시청자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김히어라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더 글로리' 이사라를 연기하며 겪은 다양한 비화를 전했다. 아래는 김히어라와의 일문일답.
◆'더 글로리' 오디션 당시가 궁금하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정보만 있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갔다. 여성 캐릭터 다섯 명의 대사를 읽게 됐는데, 대사가 워낙 일부라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당시 사라의 대사는 꽤나 말투가 귀여워서 러블리한 캐릭터라 생각했고, 내가 사라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오히려 연진의 오디션 대사였던 '네가 한 달에 200 버는 동안 난 2억을 쓴단 말이야'라는 문장이 입에 착착 붙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사라 대사를 읽어보라 했고, 이후에도 사라의 신들을 모아 주셔서 리딩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라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라 역할을 위해 어떤 변신을 준비했나.
많이 망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라라는 역할을 정당하게 보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가진 양면성을 좋게 봤다. 교회에 있을 때와 친구들과 있을 때 달라지는 복장과 말투, 단약을 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교회에선 깔끔하게 입고 여성스럽게 화장했다면 그 뒤엔 다크서클 위주로만 분장했다. 기괴하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때 좀 설렜다. 실제로 탈색했을 때 기괴한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느끼기도 했다. 이후 평소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촬영 준비는 어떻게 했나.
마약을 하는 아이라서 그 전후 상황, 편안하다가 불안해 하는 차이만으로도 표현할 게 많았다. 말해야 할 메시지보다 표현할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표현을 줄였다. 가면 갈수록 짙어지는 다크서클을 강조했고, 대화가 단절된 아이처럼 누군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회성이 결여된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사라는 잃을 게 없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런 부분을 강조해 더 무서워보이게 만들었다.
◆송혜교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나는 송혜교의 오랜 팬이라 작품도 정말 많이 봤다. 둘만 출연하는 첫 촬영 때 팬이라고 말했더니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내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더라. 그러면서 내게 '하고 싶은 연기 다 해라. 내가 잘 들어주겠다'고 말씀해주시는데, 후배에게 그렇게 말하는게 쉽지 않은 것 아니냐. 첫 촬영에서 들은 말인데도 지난 10년간 연기한 걸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대중적인 매체 연기를 해오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날 알아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도 공연하는 배우들이 지쳐있거나 하면 꼭 이 얘기를 해준다. 모든 시간이 다 귀하고 허투루 가는 시간이 아니라고. 나는 정말 많은 보상을 받았다.
◆배우들과는 최고의 앙상블이었다.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더라.
삼삼오오 연락도 자주 하고 만난다. 다들 성격들이 좋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성격들이라 작품이 잘 됐다고 들떠서 날아다니거나 작품이 아쉽다고 바닥에서 비교하거라 하지 않는다. 깔끔하게 서로를 축하한다. 이거 금방이니까 현명하게 나아가자고 얘기를 나눈다. 송혜교 언니도 맛있는거 많이 사주시며 좋은 말씀 해줬다. 나는 이런 호평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차분해지는데, 송혜교가 '이건 금방 지나간다. 걱정 말고 지금을 즐겨'라고 말해주셨다.
◆'더 글로리'에서 내가 생각해도 괜찮았던 장면이 있다면?
문동은과 교회에서 만나는 신, 또 연진과 재준과 각자 자기 얘기만 하는 연기가 너무 재밌었다. 동은과 교회에서 만나는 신에서는 동은이 하는 행동이 너무 동은스러워서 몰입이 됐다. 세게 얘기하지만 가해를 해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말투를 접하며 내가 더 사라처럼 될 수 있었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의 주옥같은 대사들이 더해지면서 굉장히 좋은 신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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