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③ "더 오래 '연진아' 외쳐주길" 임지연, 절실했던 '더글로리'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더 오래 '연진아' 외쳐주셨으면"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 받을 용기를 가졌던 배우 임지연이다. 임지연은 매 작품마다 연진이만큼 절실하게 노력했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렸다. 감사의 눈물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임지연의 고민과 노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더 글로리'는 통쾌한 복수 서사로 막을 내렸지만, 임지연의 배우 꽃길은 이제 시작이고 영광 역시 계속 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된 후 전 세계의 관심을 얻고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4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지난 주(3월6일~12일) 시청 시간 집계에서 1억 2446만 시간을 기록해 영어권, 비영어권 TV 부문 통틀어 1위에 오르며 놀라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임지연은 문동은에게 악몽 같은 고통을 선사한 최강 빌런 박연진 역을 맡아 첫 악역 도전에 나섰다. 박연진은 재준(박성훈 분), 사라(김히어라 분), 혜정(차주영 분), 명오(김건우 분)와 가해자 무리를 이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자신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임지연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찾아온 문동은 앞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 연진의 서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을 얻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임지연은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했고, 영화 '인간중독'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영화 '간신', '럭키' '타짜: 원 아이드 잭', '유체이탈자', 드라마 '상류사회', '불어라 미풍아', '장미맨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차기작은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다.

임지연은 17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더 글로리'에 대한 의미와 함께 배우로서의 각오, 목표를 밝혔다.

- 스스로 '이건 찢었다!' 싶은 장면이 있나?

"아직도 아쉬운 것이 많이 보인다. 저 중요한 장면과 대사를 저렇게 밖에 못했나 싶고, 왜 저 정도인가 한다.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에게 '이 상자는 반짝이지 않아'라고 하는 신이다. 대사가 길기도 했고 남편을 내 것으로 만드는 목적이 있다. 연진이의 여우같고 능글거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신을 잘했던 것 같다."

- 송혜교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묵직하고 경험치는 무시를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이 날아다닐 수 있게 맞춰주셨다. 친해지고 싶어서 '언니와 빨리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다가서려 했는데 금방 친해졌다. 편하게 수월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의 촬영은 정신이 없었는데 언니에게는 제가 많이 배웠고 많이 감사하기도 하다."

- 송혜교 배우와의 연기 중 가장 강렬했다고 느낀 신은 무언가.

"첫 촬영이다. 동은이 예솔이 담임이라는 걸 알고 찾아가서 제대로 맞붙는 신이다. 여자 둘이 만나 불꽃튀는 기싸움이 필요했다. 언니를 몇 번 못 봤을 때고 안 친했을 때라 걱정이 많았다. 현장에 녹아들지도 못했던 때인데 이 신이라 좌절감을 가지고 갔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기가 눌리지는 않았나.

"기 눌릴 생각하지 않고 갔다. '절대 지지 않겠다. 어디 한 번 해봐' 이런 마음이었다. 연진이가 어느 정도의 불안함과 흔들림이 있어야 통쾌함이 생기는데, 묘한 라인이 있어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연진이만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만, 5인방 중 동은이로 흔들리는 불안함이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디렉팅을 해주셨다."

- 고등학교 시절 연진 역 신예은 배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 어떻게 봤나.

"신예은 배우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참 감사하다. 전체 리딩 날 옆에 있었는데 톤이 비슷하더라. 아역 연결이 잘 되어야 해서 톤을 따라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주의 깊게 들었는데 톤 자체가 너무 비슷하더라. 이걸 그대로 하면 되겠다 했는데 예은 씨가 수줍게 '선배님과 비슷한 것 같아서 그대로 하면 되겠다'고 하더라. 감사하더라. 외적으로는 몰랐는데 보니까 연결이 잘 된 것 같다."

- '더 글로리' 이후 학폭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았고 파장을 일으켰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어날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해서가 아니라 당연히 기사들을 접하고 조심스러웠고, 마음 한편이 어두워지고 복잡해지더라."

- 연기 호평이 많은데 소감이 어떤가.

"저는 항상 노력했고 항상 절실했다. 모든 것을 연진이 준비하듯이 했다. 느리더라도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아서 모든 작품, 어떤 캐릭터도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저를 봐준 지인과 가족들은 이번 드라마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지연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아줬다'고.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임지연은 벅차오른 감정에 눈물을 글썽였다.) 절실했고 잘해내고 싶었다. '나는 제 친구들, 주변 동료들처럼 타고난 배우가 아니니까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가 있었는데 그걸 알아준 가족들이 고맙다. 칭찬해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지만 항상 이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 항상 연진이처럼 노력했다고 하셨기 때문에 딱 한 작품을 꼽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운이 좋게 너무 큰 상업 작품으로 데뷔를 했다. 그러다 보니 부족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현장 경험이 없었고 오로지 그 캐릭터에 맞는 제 마스크로 데뷔를 했다. 열심히 다른 작품을 만나고 그 역할들을 하면서 혼나고 울기도 했다. 계속 해나가면서 그 안에서 항상 다른 걸 배웠다. 단순하게 앵글에 맞춰서 서야하는 것부터 캐릭터 분석까지, 하나씩 배웠다. '종이의 집' 같은 경우엔 거침없이 하고 싶은 걸 했다. 분량이 적어도 끌리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장미맨션'은 내가 끌고 가는 드라마도 있구나를 알게 됐다. 다 너무 소중하고 저에겐 큰 배움을 준 작품이다."

- 그렇다면 '더 글로리'를 통해선 어떤 걸 배웠나.

"너무 많다. 이런 악의를 가진 적이 처음이다. 악의를 가진 인물이라면 이런 식으로 풀어가면 되는구나를 배웠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악의를 가진 인물이 되고 싶다."

- 악역 5인방은 아직도 자주 만나나.

"요즘 걔네 밖에 안 만나고 있다.(웃음) 단톡방도 하는데 계속 만나고 싶어서 물어본다. 바쁘다고 하면 욕 먹는 상황이다. 진짜 절친이 됐다.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이 많지만 소중한 사람들, 혜교 언니부터 친구들을 얻었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열렬히 응원해주는 찐친들을 만나서 재미있다. 진짜 순수하게 논다. 산에 가고 운동도 한다. 연기 얘기도 많이 하고. '더 글로리' 하면서는 각자 연기, 경험에 대해 얘기를 하고 서로 진심으로 응원한다. 소중한 인연을 만난 것 같아서 감사하다."

- 박연진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거나 하지는 않나.

"크게 없다. 이런 악역 말고도 색깔 있는 걸 도전하고 싶다. 연진이가 잊혀지게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 주어진 작품, 그 캐릭터로 노력을 하면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 악역의 매력은 무엇인가.

"저는 세상 사람들이 저를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미움 받는 건 쉽지 않을까. 미움을 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준비를 하자는 마음을 가진 것이 처음이라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이 컸다."

- '더 글로리'는 배우 임지연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가장 큰 용기와 도전이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무서움, 두려움이 몰려오는데 굳게 먹고 떨쳐낸 것에 대해 칭찬을 해주고 싶다."

-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도 크다. 또 '연진아'를 외쳐준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더 오래 '연진아'를 외쳐주면 좋겠다. 빨리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다. 작품마다 다짐하는데, 유일하게 가진 집요함과 도전 정신으로 열정있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 날로 성장하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임지연에게 이런 얼굴이 있구나,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를 연진이로 보여드린 것 같은데, 다른 작품으로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