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Netflix를 통해 개봉한 영화 '길복순'은 10대 딸을 가진 엄마가 세계적 수준의 암살자로 일과 모성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압박감을 표현한 범죄 스릴러다. 개봉과 동시에 아시아는 물론 유럽 및 전 세계 전역에 영화 부분 TOP 10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00% 성공률을 보이는 길복순(전도연 분)은 'Kill Boksoon'이라고 불린다. 그녀의 화려한 액션은 일본 야쿠자와 인상 깊은 결투로 시작된다. 화려한 액션 만큼이나 등장 배역들의 원색적인 의상도 눈길을 끈다.
우선 포스터에 등장하는 길복순의 버건디 벨루어 슈트(자주색 비로도 정장)가 시선을 끈다. 한국어는 색을 표현 할 때 기존의 색명에 약간의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새빨간, 시뻘건, 퍼란, 시퍼런, 진노랑, 찐노랑 과 같이 약간의 변화에도 색의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영어 단어도 앞에 dark(어두운), deep(깊은), light(밝은)과 같은 형용사를 붙이기도 하지만 아예 색의 표기에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길복순의 자주색 슈트는 burgundy(버건디)로 이는 프랑스 동부 와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짙은 붉은색이 색 이름으로 사용된 것이다. 옷감은 우리가 흔히 '비로도'라고 하는 벨벳(velour)으로 이 단어 역시 프랑스어에서 시작되었다.
파란색 계열 역시 단순히 blue를 사용하기 보단 pacific blue(퍼시픽 블루), turquoise(터키옥 색-청록색), 깊은 청록색은 teal을 자주 사용한다. 청바지 패션에 자주 사용되는 '인디고'는 인디고 페라(Indigofera)라는 잎에서 추출한 파란색 염료이며 영화 속 길복순은 '찐 인디고' 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슈트뿐만 아니라 옥스퍼드 셔츠에 청바지, 대학생 점퍼와 같은 캐주얼 패션도 볼 수 있다. 폴로 셔츠로 잘 알려진 옥스퍼드 셔츠는 바스켓 위브 패턴(basket weave pattern)이 특징이며 이는 스코틀랜드의 19세기 옥스퍼드 마을의 섬유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어 생긴 명칭이다.
대학생 점퍼는 varsity jacket(바시티 재킷)이라고 하며 이는 1860년대 미국에서 운동선수의 업적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시작되었으며 소매는 가죽 가슴 부분은 양모로 디자인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 또는 팀을 나타내는 큰 글자가 전면에 표시되어 있는 것 또한 디자인의 특징이다. 길복순이 입은 varsity jacket은 소매와 가슴 부분이 각각 teal, indigo, burgundy의 세 가지 색이 조합된 재킷이다.
누군가의 패션이나 분위기를 표현할 때 '아우라(aura)'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aura'의 올바른 영어 발음은 '오라'에 가깝다. 생명체를 둘러싼 기운이나 에너지 발산을 고대 그리스 철학과 의학에서 사용하였다가 독일의 사상가와 철학가들들이 미묘하고 개성 있는 고유한 본질을 '아우라'라고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의학과 철학 용어에 그치지 않고 현재는 누군가에게서 뿜어 나오는 분위기를 묘사 할 때 자주 사용한다.
얼마 전 '일타 스캔들'로 러블리 했던 남행선에서 길복순으로 변신한 배우 전도연의 팔색조 같은 연기에는 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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